논란 부른 한국거래소 개편안…코스닥분리 '쟁점'

by권소현 기자
2015.05.28 18:42:27

자본연, "코스닥분리·ATS 설립 유도·지주사 전환" 제시
금융위 "다양한 방안 논의 중…조합도 가능"
한국거래소 노조 강력 반발…진통 예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의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이 코스닥시장 분리, 대체거래소(ATS) 설립, 지주회사체제 전환의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개편안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한국거래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거래소시장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혁 방향’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발표자로 나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거래소가 대내적으로는 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거래소간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며 “대내외 환경을 모두 고려할 때 경쟁요소를 도입해 시장구조와 운용상 효율성을 높일 만으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분리해 독자적인 시장으로 운영하면 경쟁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거래수수료가 유일한 수입원으로 거래량이 감소할 때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완전 독립보다 한국거래소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는 ATS 설립 요건을 완화해 한국거래소의 경쟁상대를 만들어주는 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정규거래소로 전환을 유도해 국내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

세 번째로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각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해 지주회사에 편입하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인수합병(M&A)에도 활용하는 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밝혔다.

황 실장은 “세 가지 대안이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조합이 가능하다”고 말햇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특히 코스닥시장 분리독립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창희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금융산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IPO를 통해 경쟁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이러한 큰 방향부터 논의해야 하는데 코스닥시장 분리부터 언급돼 유감”이라며 코스닥 분리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처음에는 코스닥시장의 정체성을 확립해라는 주장이었는데 잘 안되니까 아예 코스닥을 분리해달라는 요구가 업계에서 나왔다”며 “거래소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함께 관할하는 체제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코스피 이전을 막지 못한 점이나 장외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는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 등이 코스닥시장 상장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들어 코스닥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엄경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진단과 처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두 개의 독점적인 시장이 단지 좁은 폭의 상장범위만 갖고 경쟁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코스닥을 자회사로 분리해도 현재와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시아나 동북아의 역학관계에 있어서 한국거래소가 어떤 위상을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지주회사체제 전환이나 코스닥 분리를 논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거래소가 우물 안 개구리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며 “나름대로 생각하는 안이 있지만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듣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배타적이지 않은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목표를 잡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 자본연이 제시한 방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대거 참석해 코스닥시장 분리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진행요원과 노조원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홍렬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과거 정책 실패로 코스닥시장이 붕괴됐고 약 200만명의 개인투자자가 25조원의 피해를 봤다”며 “도박장으로 변질된 코스닥을 정화노력을 통해 제자리로 돌려놨는데 이제 와서 다시 분리하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국거래소 통합 이전 코스닥증권시장에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통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의 이전 행렬은 통합 이전에 더 활발했다”며 “코스피로 이전하면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기어이 코스닥시장을 떠난 것은 배임, 횡령, 불공정거래 등으로 얼룩졌던 코스닥 이미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관리자로서 자금회수만을 위해 코스닥시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벤처캐피탈 업계와 인식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일부 참석자는 한국거래소가 주식회사인 만큼 개편안은 정부나 자본연이 아니라 주주들과 회원사, 서비스 이용자들이 논의 주체가 돼야 하는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