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요구 수용 나선 카카오…수수료 체계 일원화부터 매각 검토까지
by한광범 기자
2023.11.02 17:41:54
"택시업계 간담회 가질 것" 고지…아직 일정은 미정
尹발언 취지 따라 내부 가이드라인 마련해 본격 논의
①수수료 체계 일원화..20% 수수료 오해 막는다
②일반택시 호출 포기..가맹택시만?
③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나리오도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후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 본사에선 사회적 갈등이 심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일 오후 윤 대통령의 질타 이후 당일 저녁 “가맹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긴급 간담회와 관련해 택시업계와 논의된 바는 아직 없다. 한 택시단체 관계자는 “1일 저녁에 택시업계와 간담회를 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본 것이 전부”라며 “아직 연락을 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단 내부에서 서비스 개편과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에 따라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한 후, 택시업계와의 조율을 거쳐 간담회 일정을 잡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던 만큼, 가맹택시 수수료에대한 대대적인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의 오해와 달리, 카모는 일반택시 호출에선 수수료를 받지 않고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수수료와 실질 수수료가 다르다. 카모는 100%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택시와 계약을 맺고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와 별도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와 광고·데이터 등 업무제휴를 맺고 대가를 지급한다. 가맹수수료에서 업무제휴 대가를 지급하고 남은 실질 수수료는 3~4%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모가 택시기사에서 받는 비용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논란인 이유는 복잡성 때문이다. 자회사는 20%를 받고, 본사는 16~17%를 돌려주니 헷갈린다. 기사나 정부 입장에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지적대로 가맹택시 기사들에게 가맹수수료에서 업무제휴 대가를 제외한 금액을 한 번에 받는 안(3~4%)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수수료 20%’라는 부분이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었던 만큼, 개편을 통해 외부의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반택시에 대한 호출 포기 가능성도 있다. 수수료를 받는 가맹택시만으로 택시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안이다.
카모는 문재인정부 시절 국토교통부가 2019년 마련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서 나온 3가지 방안 중 플랫폼 가맹사업(타입2)과 플랫폼 중개사업(타입3)을 하고 있는데, 타입3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카모가 외부인으로 구성된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를 구성해 공정성을 입증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택시 업계는 편파적 콜 배정을 비판하고 있다”면서 “가맹택시와 일반호출중개를 모두 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평했다. 그는 “플랫폼은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델이 일반적임을 고려했을 때, 플랫폼 모델을 한국에선 할 수 없다는 의미여서 카카오의 일반택시 호출 포기가 무조건 반갑진 않다”고 부연했다.
극단적으로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거나 택시 관련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질적으로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끊임없이 분란이 야기돼 카카오 공동체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관측이다.
애초 카풀 서비스를 준비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공적이 된 후 이를 포기한 바 있다. 이후 택시업계와의 협업을 앞세우며 호출 서비스와 가맹택시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호출 서비스의 압도적 점유율로 택시업계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아왔다.
과거 택시단체 간부를 역임했던 한 인사는 “타다 금지법 때도 확인했지만, 택시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며 “카카오가 택시 서비스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앞으로도 끊임없이 택시업계의 견제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