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받고 980만원 내놔"…택시비 20만원 '대박콜' 정체는

by이선영 기자
2021.12.09 19:35:51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청북 청주에서 택시비를 가장해 보이스피싱(전자금융사기) 피해금을 빼내려던 조직 전달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자 사기 조직이 범죄에 이용할 통장을 구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모양새다.

청주 지역 개인택시 기사인 A씨(50)는 지난 3일 오후 4시 50분쯤 목적지를 대구로 하는 장거리 손님을 받았다.

손님이 제시한 운행 요금은 20만원. 소위 ‘대박 콜’을 받은 A씨는 서둘러 손님에게 전화해 승차 지점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항을 물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손님은 뜬금없이 “1000만원을 계좌로 먼저 입금할 테니 대구에 도착한 뒤 돈을 모두 찾아 요금을 뺀 나머지 금액(980만원)을 돌려 달라”라고 요구했고 A씨는 이상함을 느꼈다.

손님의 수상한 제안에 범죄임을 직감한 A씨는 112에 신고한 뒤 손님과 약속한 승차 지점으로 향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승차 지점으로 경찰관을 급파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5시 20분쯤 청주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택시에 타려던 손님을 붙잡았다.

인근 지구대로 끌려온 손님은 신원 확인 절차에도 응하지 않다가 신분증 미제시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입건 위기에 몰리자 입을 열었다.

신원 조회 결과 이 손님은 이미 사기를 비롯한 여러 범죄에 연루돼 수배된 상태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수배 상태에서도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으로 활동했으며 검거 당일에도 범죄 수익금을 옮길 계좌를 구하려고 택시기사를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A씨가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었던 것.

경찰은 “최근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에 쓸 통장을 구하려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며 “무심코 계좌를 빌려줬다가 범죄에 연루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