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19]올해 주인공은 넷플릭스·마블·구글..IP 합종연횡 '눈길'
by노재웅 기자
2019.06.12 17:21:21
넷플릭스, 게임IP 영화화..독자 콘텐츠는 게임으로
스퀘어에닉스, 마블 어벤저스 공개..내년 5월 출시
MS, 10월부터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게임패스 확대
| 1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한 ‘E3 2019’의 프레젠테이션 쇼인 콜리세움에서 스퀘어에닉스의 개발자들이 패널로 참가한 가운데, 게임 ‘마블 어벤져스’의 트레일러가 방영되고 있다. <사진=노재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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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미국)=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어두운 암막이 걷히면서 토니 스타크의 어벤져스 타워가 잡히자 수백명의 관객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치열한 전투가 한 바탕 치러진 뒤 캡틴 아메리카가 숨지자 갑자기 온 무대가 숙연해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해 엄청난 인기를 끈 영화 ‘어벤져스’의 극장 안 모습을 묘사한 것 같지만, 이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9’에서 공개된 스퀘어에닉스의 게임 ‘마블 어벤져스’의 트레일러 공개 당시 벌어진 진풍경이다. 실사 영화 못지않은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는 행사장의 모든 참석자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올해 E3의 주인공은 게임 개발사가 아니었다. 마블 스튜디오와 넷플릭스, 구글 등 비(非) 게임사들은 올해 E3의 안방을 차지한 채 유명 IP(지식재산권)를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탈바꿈시키면서 미래 게임시장을 이끌 선두주자로 당당히 명함을 내밀었다.
올해 E3에서 IP의 콘텐츠 변주 속 가장 많이 거론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전통 콘솔시장 강자인 소니가 빠진 자리를 존재감 있게 메우면서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먼저 유비소프트의 게임 ‘더 디비전’을 영화화해 독점 개봉할 계획을 이번 E3에서 밝혔다. 이 영화는 ‘데드풀2’ 연출에 참여한 데이빗 라이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이크 질렌할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CD프로젝트의 게임 IP ‘위처’를 활용한 드라마도 제작해 연내 방영을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독자 콘텐츠를 게임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한다. 12일로 예정된 E3 행사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쇼 ‘콜리세움’에 패널로 참가해 오리지널 콘텐츠인 SF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게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 넷플릭스는 유비소프트의 게임 ‘더 디비전’을 영화화해 독점 개봉한다. 유명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유비소프트 발표 현장 트레일러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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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이번 게임은 보너스XP라는 중소 게임 개발사가 만든 인디게임이지만, 넷플릭스가 E3에 직접 참가한 것을 계기로 대형 게임사와의 협업 소식도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영화 개봉만 했다 하면 관객몰이를 거듭하는 마블 IP도 이번 E3를 뜨겁게 달군 콘텐츠 중 하나였다.
스퀘어에닉스는 10일 ‘E3 2019 스퀘어에닉스 라이브’에서 ‘어벤져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2년간 마블 팬들의 기대를 키워온 화제작 ‘마블 어벤져스’를 공개했다.
마블 어벤져스는 스퀘어에닉스가 지난 2017년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다년간 다수의 게임을 만들기로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선보인 첫 번째 게임이다. 스퀘어에닉스는 마블 어벤져스를 PC와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을 통해 내년 5월 출시할 예정이며, 추후 업데이트로 앤트맨 등 새로운 영웅과 게임만의 독자적인 스토리를 추가할 방침이다.
E3 현장에 별도로 마련한 ‘마블 어벤져스데이’ 부스도 이 게임을 먼저 만나보려는 마블 마니아들로 북적이면서, 닌텐도나 세가 등 전통의 콘솔 게임사 부스 못잖은 인기를 과시했다.
| E3 현장에 별도로 마련된 ‘마블 어벤져스데이’ 부스는 이 게임을 먼저 만나보려는 마블 마니아들로 북적이면서, 닌텐도나 세가 등 전통의 콘솔 게임사 부스 못지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사진=노재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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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게임 개발사의 타이틀을 품는 클라우드 기반 구독 서비스의 신규 발표도 쏟아졌다. 이 시장에서 새롭게 보여줄 것이 없는 소니는 E3에 불참했고, 자체 플랫폼의 독자 게임만을 발표하는 전시 부스는 상대적으로 참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소니와 전통 콘솔시장의 양대주자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다가올 변화의 흐름에 동참해 올해 E3에서 묵직한 한방을 날린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MS는 오는 10월부터 새로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X클라우드를 통해 엑스박스에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게임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를 PC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패스의 신규 게임으로 ‘기어즈 5’와 ‘헤일로 인피니트’ 등 대표 타이틀과 함께 한국 게임으로는 스마일게이트의 온라인 1인칭슈팅게임(FPS) ‘크로스 파이어 X’가 내년 발매 예정작으로 소개됐다.
베데스다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오리온’을 하반기 시범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유비소프트는 새로운 구독 서비스인 ‘유플레이 플러스(UPLAY+)’를 공개하면서 구글 ‘스태디아’와 플랫폼을 공유할 계획을 발표했다.
스태디아는 PC나 모바일 등 기기의 종류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라면 어디서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구글의 새 서비스다.
이러한 클라우드 기반 구독 서비스는 다양한 개발사와 협업을 통해 이룬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비소프트와 구글의 만남은 구독 플랫폼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차원인 만큼, 구체적인 협업 형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과거처럼 한 게임 개발사가 게임 기기와 게임 타이틀을 모두 독점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콘텐츠의 모양새부터 그것을 담는 그릇까지 서로가 잘하는 분야의 전문기업들이 손을 잡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비소프트는 1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E3 2019 유비소프트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게임 구독 서비스 ‘유플레이 플러스(UPLAY+)’를 공개하면서 구글 ‘스태디아’와의 협업 계획을 밝혔다. 유비소프트 콘퍼런스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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