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압박에 시장환경 악화까지…철강업계 '산 넘어 산'

by남궁민관 기자
2017.06.28 17:02:00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쇳물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한국산 철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국내 철강업체의 대미 수출에 적색등이 켜졌다. 이에 더해 최근 전세계 철광석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산업용 전기세 인상안 우려까지 흘러나오며 철강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이달 말 백악관에 무역확장법 232조 추진 방안에 대한 보고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보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20일 행정명령을 통해 철강수입이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관련업계는 이번 보고서에 국내 철강업체에 부정적 내용이 담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국내 철강제품들에 대해 일관되게 지나치게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왔다. 내년 1월 발표 예정이었던 일정을 앞당겼다는 점도 이같은 보호무역 기조가 고스란히 담긴 부정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보고서에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철강 관련 통상압박 내용으로는 △모든 수입 철강에 추가 관세 적용 △수입쿼터를 넘는 물량 또는 일정 가격 이하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 △특정 국가의 철강제품 수입 제한 등이다.

철강업계는 특히 현재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한 경제인단에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들이 함께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측은 거세지는 미국의 통상압박에 철강업계와 공조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정작 이번 방미 경제인단에서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를 완전히 배제하면서 관련업계를 당황케 했다. 업계는 정부의 협상력을 기대하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제인단 제외로 미국과의 통상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러모로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은 분명하다"며 "단순히 미국과의 통상 관련 논의 기회를 놓친 것 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업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추진 결과에 따라 산업부와 협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하는 등 철강업계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간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통상압박이 전세계 수출국들에까지 번질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철강업계가 방미 경제인단에 끼지도 못한채 손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 했다.

시장환경조차 녹록치 않다. 올해 1분기 철강업계의 실적개선에 주요인으로 꼽혔던 철광석 및 석탄(원료탄) 가격 상승이 최근 하락반전하며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 전문업체인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51.3달러, 원료탄은 146.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내 고점대비 각각 42%, 52% 하락한 가격으로, 당분간 이같은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문재인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안을 추진 중이라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조강생산량 기준 절반이 전기로에서 생산되며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를 제외하고는 전부 전기로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연구기관들 역시 철강업계에 대한 부정적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6일 '2017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철강업종의 전망을 '흐림'으로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철강수요가 미약하고, 원자재가격 상승 동력이 크지 않다는 부정적 이유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철강업계가 올해 3분기 주요 수입국의 통상압력 심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관측했고, 코트라(KOTRA) 역시 "미국은 대(對)한국 무역적자 규모와 고용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산업 위주로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對)미국 철강 수출량 추이(단위: 만t, 자료: 한국철강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