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뒤따르는 탈당 의원 나올까… 이찬열 탈당 시사

by선상원 기자
2016.10.20 17:38:06

정계복귀 기자회견 앞서 비노·손학규계 의원들 만나 탈당 결심 밝혀
이종걸 조정식 양승조 이찬열 오제세 김병욱 임종성 등 13명 참석
이찬열 의원 탈당 결심, 탈당 의원 규모에 따라 제3지대 동력 좌우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돌아온 손학규 전 대표가 결기를 보여줬다. 예상을 깨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손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하더라도 당분간 민주당 당적을 유지한 채 제3지대서 중도개혁세력을 구축해 정치권 이합집산 과정에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야권으로 옮겨오면서 씌워진 주홍글씨가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서 발목을 잡았던 것을 감안할 때, 손 전 대표가 쉽게 민주당 당적을 버리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의외의 선택을 했다. 손 전 대표는 20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 앞서 여의도 커피숍에서 13명의 민주당 의원과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탈당 결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이종걸 조정식 양승조 이찬열 오제세 강창일 김병욱 임종성 강훈식 박찬대 전혜숙 고용진 정춘숙 의원 등이 함께했다. 탈당 소식을 접한 의원들 중 일부는 손 전 대표의 결정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대표가 민주당을 떠나 국민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만큼, 손 전 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서 중도개혁세력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남 강진에 칩거하면서도 손 전 대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 등을 만나 개헌 문제 등 정국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왔다.

이날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 선언에서,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조금씩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리더십은 이제 완전히 실종되었다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며 정치경제 새판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 일성으로 개헌을 주장한 만큼,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정계개편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당장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개헌을 추진할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김 전 대표가 손 전 대표의 개헌론에 호응해 나설 수 있다. 정 전 의장도 우군이다. 손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이들이 제3지대서 중도개혁 개헌세력을 구축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민주당 비노계,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가세하는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키는 민주당에 있는 손학규계가 쥐고 있다. 20여명 가까이 되는 손학규계가 과연 탈당대열에 합류할지, 규모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제3지대 중도개혁 개헌세력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 측근은 “편차는 있겠지만 (의원들이) 각오할 것이다. 조만간 탈당을 결단하는 의원이 나올 수도 있다. 손 전 대표와 한 두 해 같이 한 사람들이 아니다.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탈당 결정에 앞서 손학규계 의원들과 측근들 내부에서는 민주당 당적을 유지한 채 활동하다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는 연말을 전후해 탈당문제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부터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깔끔하게 당적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손 전 대표는 최종적으로 두 번째 탈당을 결행했다.

이찬열 의원이 가장 먼저 탈당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의원은 이날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손학규 대표가 공천 줘서 온 사람”이라며 “손 전 대표 때문에 3선까지 했다. 내가 여기 남아서 뭐 하겠나. 대표님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탈당 시점을 묻는 질문에 “내 마음속에 시점은 정해져 있다. 상황이 긴박하다”며 조만간 탈당을 결행하겠다고 시사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07년 손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날 때도 동반 탈당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