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신세계그룹 계열분리…‘남매 회장’의 미래는(종합)
by김정유 기자
2024.10.30 15:47:33
2011년 인적분할 이후 주식교환 등 사전작업
이명희 총괄회장 잔여 지분 균등증여 예상
‘은둔형’ 정유경, 강남점 3조 매출 등 성과 굵직
‘남매 회장’ 현안 산적, 근본적 경쟁력 키워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가 13년 만에 본격화한다. 2011년 이마트(139480)를 인적분할을 통한 별도법인 설립으로 시작한 계열분리 작업이 정유경 신세계(004170) 회장 승진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다만 남매 회장의 앞엔 아직도 남은 과제가 많다. 당장 정용진 회장은 최근 부진을 겪은 이마트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계열사들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정유경 회장도 관행적인 백화점의 명품 의존도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숙제다.
| 신세계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앞둔 정용진(왼쪽) 회장과 정유경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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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30일 단행한 ‘2025년도 정기 인사’의 핵심은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의 회장 승진이다. 9년 만의 회장 승진을 계기로 그룹 계열분리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셈이다. 특히 이번 계열분리 과정은 정용진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 작업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이명희 총괄 회장이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분할하고 정용진 회장에겐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에겐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기면서다. 이후 2016년엔 정씨 남매간 주식교환이 이뤄졌고 2019년엔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마트·신세계 부문을 신설했다. 2020년엔 이 총괄 회장이 정용진 당시 사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각각 8.2%씩 증여하며 계열분리 작업에 속도를 냈다.
남매간 얽혀 있던 광주신세계(037710) 지분(52.0%)도 이마트가 2021년 신세계에 넘기면서 지분 관계도 이미 해소했다. 현재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이 18.56%의 지분을,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이 지분 18.56%를 가져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모친인 이 총괄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0% 보유중이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으로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를 공식화 한만큼 이 총괄 회장의 지분 움직임도 관심사다. 사실상 이 총괄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이마트·신세계 지분 10%를 증여해야 계열분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선 남매에게 균등 증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거액의 증여세가 발생하는 만큼 증여 과정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이끄는 경영전략실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의 경영전략실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별로 콘트롤타워를 별도 구축하는 방안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세계그룹에선 당장 바뀌는 건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유경 회장 승진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계열분리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 이번 인사의 의미”라며 “아직 남아 있는 작업들이 있는 만큼 한동안 기존과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도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을 공식화한 이후 실제 1997년이 돼서야 실질적인 계열분리를 마무리했다. 남매간 완벽한 계열분리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경 회장의 승진 이면엔 그의 사업적 역량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시작한 정유경 회장은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2015년 총괄 사장이 됐다. 사실상 백화점 부문을 이끌 경영 능력을 평가받기 위한 시험무대였는데 이후 강남점 개편, 부산 센텀시티점 확대 등 성과를 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국내 최초 단일점포 기준 매출 3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까지도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패션·뷰티 사업을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을 꾸준히 성장시켜온 것도 정유경 회장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정유경 회장은 오빠인 정용진 회장과 달리 외부 노출이 극도로 적다. 신세계그룹 입사 이래 공식 석상에 선 것도 극히 드문데, 모친인 이 총괄 회장의 스타일과 비슷해 ‘리틀 이명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계열분리를 선포한 신세계그룹의 앞엔 여전히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이 더 급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낸 이마트는 최근 첫 희망퇴직까지 단행하는 등 실적 상황이 좋지 않다. 쿠팡이 이끄는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이마트는 힘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이 있지만 모두 적자 상황이다. 정용진 회장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이커머스 사업의 개선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백화점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정유경 회장에게도 숙제는 있다. 그간 백화점 고급화로 성과를 낸 정유경 회장은 급변하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 속에서 성장 지속성을 입증시켜야 한다. 명품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면세점 사업의 활로도 필요한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계열분리 공식화를 계기로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마트·신세계의 등기임원에 등재할 지도 관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등기임원이 경영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수가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책임경영의 지표”라며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정용진·정유경 회장의 움직임도 기존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