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담당 의사 책임"…제왕절개 수술 중 산모 사망, 의사 '벌금형'
by채나연 기자
2024.06.03 19:53:35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제왕절개 수술을 받던 산모를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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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0단독 김태현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3월 12일 오후 2시 대전 서구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모 B씨의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했다.
당시 B씨는 아들을 출산하기 위해 해당 병원에서 정기적인 산전 관리를 받았으며 A씨는 B씨의 주치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 당일 A씨는 수술에 앞서 마취과 전문의인 C씨에게 마취해 달라고 했고 C씨는 수십 회에 걸쳐 척추마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마취제와 근육이완제를 투입하는 전신마취를 진행했다.
전신마취의 경우 환자의 의식상실로 기도폐쇄나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해 마취제 등을 투약한 뒤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C씨가 기관삽관에 두 차례 실패하면서 산소공급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B씨의 혈중 산소포화도는 수술 후 1시간이 지나서 70%, 1시간 45분이 지난 시점에 50%까지 떨어졌다.
결국 B씨는 수술 후 1시간 52분 만에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오후 11시께 혈중 산소포화도 저하에 따른 심정지,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원인으로 숨졌다. B씨의 아들 역시 출산 질식 의증, 호흡곤란, 지속성 폐성 고혈압 등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수술 당시 산소포화도가 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저산소증이 발생하고 심정지에 이를 위험이 있어 수술을 중단하거나 산소 공급에 필요한 장비를 사용해 기관절개술을 시술하는 방법 등으로 산소포화도를 정상화한 후 제왕절개를 진행하는 등 생명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산소공급장치를 사용하지 않았고, 수술을 중단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2010년부터 약 10년 동안 다른 병원 마취과 전문의인 C씨에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찾은 환자를 상대로 마취 업무를 해달라고 요청, 총 959회의 마취를 실시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본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업을 할 수 없다.
재판부는 “주된 책임이 C씨에게 있고, 피해자 아이 아버지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또 마취과 의사를 직접 고용하기 힘든 현실적인 것들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