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요즘 애들은 '도메스틱 브랜드' 입는다

by김범준 기자
2022.01.27 16:30:42

국내 디자이너 제작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희소성' 무기로 인기..해외 브랜드와 구분
SSG닷컴 '언더마이카' 판매 30초만 품절
W컨셉, 관련 카테고리 매출 전년比 45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세대는 ‘도메스틱 브랜드’를 입어요.”

국내 패션시장에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도메스틱 브랜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도메스틱(Domestic)은 ‘국내’를 뜻하는 말로, 패션가에서 도메스틱 브랜드는 국내 제작 상품을 지칭한다. 일명 ‘디자이너 브랜드’라고도 한다.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 아우터 제품을 모델들이 착용한 모습.(사진=언더마이카 홈페이지)
도메스틱 브랜드는 나이키와 캘빈클라인 등 해외 기성 스포츠·패션 브랜드 혹은 명품 및 매스티지(Masstige·대중+명품) 브랜드와 구분된다. 모두 10~30대 MZ세대 사이에서 선호와 수요가 높은 영역이지만, 도메스틱 브랜드는 ‘희소성’과 ‘개성’을 무기로 가치 소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 사이에서 또 하나의 영역을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는 평가다.

도메스틱 브랜드는 국내에서 지난 2010년을 전후해 개념이 형성됐다. 대표적인 1세대 도메스틱 브랜드로 세계적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우영미의 ‘우영미’와 ‘솔리드 옴므’, 정욱준의 ‘준지’ 등이 꼽힌다.

이후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이 늘면서 이들이 각자의 특색과 감각으로 소량 제작한 의류 등 패션 제품들이 ‘버티컬 플랫폼’ 발달과 함께 소개되기 시작했다. 버티컬 플랫폼은 패션 혹은 식품 등 특정 카테고리와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말한다.



최근 주목을 받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로는 SSG닷컴에 단독 입점한 ‘언더마이카’(Undermycar)를 들 수 있다. 지난달 14일 SSG닷컴 온라인몰에서 언더마이카 대표 상품 ‘발마칸 코트’를 선보이자 ‘오픈런’(시작과 동시에 달려가 구매하는 것)과 함께 판매 시작 단 30초 만에 세 자릿수로 준비한 한정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이어 올 들어 지난 26일 두 번째로 판매한 언더마이카 ‘엠에이원(MA-1) 항공점퍼’ 역시 30초 만에 품절됐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인기 도메스틱 브랜드는 ‘명품보다 모시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SSG닷컴 역시 이번 언더마이카 브랜드 선점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약 7개월 간 꾸준히 공을 들인 ‘삼고초려’ 끝에 입점시킬 수 있었다는 후일담은 이미 회자가 됐다.

▲W컨셉 입점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 ‘웨이브 유니온’(왼쪽)과 ‘더뮤지엄비지터’ 제품.(사진=W컨셉)
온라인 패션플랫폼 W컨셉은 도메스틱 브랜드 발굴과 입점, 마케팅 지원까지 적극 나서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W컨셉 캐주얼 카테고리 내 도메스틱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5배(450%) 신장하는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대표 브랜드로 ‘웨이브 유니온’(WAVE UNION)과 ‘아더에러’(ADER ERROR)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배우 이동휘 등 셀럽(유명인)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더뮤지엄비지터’(THEMUSEUMVISITOR)도 입점시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메스틱(디자이너) 브랜드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최근 1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가 늘고 있다”며 “특정 일자에 한정 수량 발매하는 희소성으로 소장 가치가 높은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경쟁력은 있지만 판로가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들은 버티컬 플랫폼에 입점해 인지도 향상을, 쇼핑몰은 이들을 발굴·육성해 매출 신장을 꾀하는 윈윈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