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이사들은 왜 제각각 발언으로 혼란 주나요?[궁즉답]

by최정희 기자
2022.04.26 15:42:48

이사회·지역연은 총재로 구성된 연준은 `반관반민` 조직
지역연은 총재는 각 지역 중앙은행 총재로 제 목소리 내
시장 혼란 땐 연준 이사회가 직접 나서 `기대치 재조정`
의견 잘 안내는 한은 금통위원…"독립적인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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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 연준 사람들이 정책금리 인상과 관련해 누구는 0.75%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려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0.50%포인트만 올려야 한다고 하고 제각각 서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원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연준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연준은 크게 보면 연준 이사회와 12개 지역의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으로 나뉩니다.

연준 이사회에는 이사회 의장, 부의장을 포함해 각 분야의 이사 7명(현재 3명 공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고 미국 상원의 승인을 거칩니다. 이사진 7명 중에는 제롬 파월 이사회 의장,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가 언론에 이름이 자주 등장하죠.

뉴욕연은을 포함해 보스턴, 필라델피아, 리치몬드, 시카고,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등 총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 총재가 따로 있습니다. 지역 연은은 각 지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데요. 지역 연은 총재는 각 지역 민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 멤버 9명 중 6명(이중 3명은 연준 이사회 멤버)이 검색위원회를 만들어 후보군을 추려서 연준 업무위원회에 보내면 업무위원회에 최종적으로 선임해 지역 연은에 내려 보내도록 돼 있습니다.

즉, 연준은 정부 성격의 이사회와 민간 성격이 짙은 지역 연은이 합쳐진 ‘반관반민’의 조직입니다.

이들은 1년에 8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합니다. 이사회 멤버 7명과 지역연은 총재 12명을 FOMC 위원이라고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꺼번에 투표권을 행사하진 않습니다. 이사회 멤버는 매번 투표권을 갖고 있고 미국 전역에 영향력이 큰 뉴욕연은 총재도 매번 투표권을 갖지만 나머지 11개 연은 총재들은 연 단위로 번갈아가며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땅 덩어리가 큰 미국은 각 지역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가 조금씩 다르고 지역 연은 총재들은 연준 이사회 의장보다도 자기를 후보군으로 추려준 지역 내 민간 금융기관의 의중을 살펴봐야죠. 그러다 보니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자고 떠들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0.75%포인트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지역 총재 중 올해 투표권을 갖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투표권 없는 총재가 내는 의견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죠. 올해는 이 두 명 모두 투표권을 갖고 있군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조직 구조




그런데 연준 이사회가 가고자 하는 통화정책 방향이 있는데 지역 연은 총재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면서 시장에 혼선을 준다면 연준 의장으로선 상당히 불편할 것입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쓴 회고록 ‘행동하는 용기’에서도 이런 고민들이 엿보입니다.

2007년 12월 연준은 정책금리를 0.25% 인하했는데 한 달 전인 11월 중순, 빌 풀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없을 것처럼 발언을 하는 바람에 버냉키 의장과 도널드 콘 부의장이 강연을 통해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시장 기대치를 돌려놓는 장면이 나옵니다. 버냉키 의장은 “FOMC 위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것이 때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더라도 전반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때로는 단호하고도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전했습니다.

2010년 11월 2차 양적완화를 추진할 때는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가 양적완화를 ‘악마와의 거래’라고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요. 당시 버냉키 의장과 재닐 옐런 부의장(현 재무부 장관)은 연은 총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양적완화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연준 의장으로선 지역 연은 총재들의 제각각 발언들은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이에 따라 시장이 연준 이사회의 뜻과 반대로 갈 때는 그 기대치를 조정하기 위해 이사회 멤버들을 동원해 언론과의 인터뷰, 강연 등을 통해 추가적인 소통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 한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은이라는 일종의 사무국 위에 금통위가 있는데요. 금통위 위원들은 한은 총재가 의장으로,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하고 주요 기관장들의 추천을 받은 5명의 금통위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7명의 금통위 멤버들은 모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고 이들은 1년에 8번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모두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통상적으로 부총재는 한은 총재를 보좌해 금통위 전체 결정과 반대되는 표를 행사하진 않습니다. 이는 연준 이사회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5명의 금통위원들은 매파, 비둘기파하며 금리 결정에 반대표를 자유롭게 던집니다. 이런 측면에선 지역 연은 총재들과 유사해 보이죠.

그러면 5명의 금통위원들은 왜 각자의 목소리를 바깥으로 내지 않을까요? 누가 막는 것은 아닙니다. 금통위원 개개인의 특성이 달렸습니다. 전임이었던 신인석, 조동철 위원들은 자유롭게 금통위 결정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여간 언론과의 간담회도 중단돼 5명의 금통위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도 어려워졌는데요.

코로나는 사실 핑계가 맞습니다. 혹자는 그러더군요. 미국은 비행기로 수 시간 걸리는 거리의 지역 연은 총재가 자기와 다른 얘기를 해도 별 거리낌이 없지만 금통위원들은 한은 소공동 삼성본관 15층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문만 열면 얼굴을 마주치는 데 서로 불편하게 다른 의견들을 밖으로 내는 게 어디 쉽냐는 말입니다.

그렇게 금통위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5명의 금통위원이 모두 하나의 조직 안에 포함된 ‘한은 내부인’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재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장, 은행연합회장 등 각기 다른 기관에서 금통위원을 추천받아 선임하는 것은 아마도 금리 결정이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니 각자의 목소리를 독립적으로 내라는 뜻일 텐데요.

한 금통위원이 바깥을 향해 금통위 결정과 반대되는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이를 재조정해 금통위 결정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 자체가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소통에 따른 실수가 두려운 것일까요?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25일 출입기자단과 상견례를 갖고 ‘소통의 울타리를 넘자’고 했는데 이는 비단 한은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