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중과 배제에 수도권 매물↑…인수위 ‘취득세 면제’ 만지작

by강신우 기자
2022.04.04 16:21:35

尹, 생애 첫 집 사면 취득세 면제 공약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에 이은
무주택자 ‘취득세 면제’로 거래 활성화 유도
민주당도 의견 차 없어..법안 통과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하면서 서울 외곽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는 분위기다.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 시장에 매도를 유도한 것인데 이번에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 등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취득세 면제카드가 나올지 주목된다.

4일 인수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은 부동산정책 공약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 한시적 배제와 함께 취득세 인하안을 약속했고 인수위는 이를 토대로 시장 상황에 맞춰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 이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배제한다는 방침을 정해 발표하면서 시장에는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재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집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양도차익 과세 표준에 따라 6~45%)에 중과세율(20~30%포인트)을 추가로 적용받는다. 이렇게 되면 양도 차익의 최고 75%를 세금으로 내야 해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일주일 전과 비교해 현재(4일 기준) 수도권에서 매물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가평군으로 지난 28일 209건에서 229건으로 9.5% 늘었다. 이어 수원시 팔달구(5.8%), 구리시(5.5%) 순으로 증가했다. 서울에서는 같은 기간 금천구가 749건에서 777건으로 3.7% 증가했고 이어 성동구(2.7%), 노원구(2.6%), 구로구(2.4%) 순으로 매물이 늘었다.

매물이 쌓인 지역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과 경기권으로 이들 지역은 무주택자들이 접근하기에 수월해 매수세도 덩달아 붙는 분위기다.

노원구 중계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배제하다보니 최고가 대비 5000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좀 나오고 있고 매수 문의도 있다”며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에는 매물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수세도 따라 붙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천구 시흥동 C공인은 “집주인이 단지 내 2채를 갖고 있는데 이번에 1채를 처분하려고 내놓은 급매가 있다”고 전했다.



무주택자 등 매수 의향이 있는 이들은 윤 당선인의 취득세 면제 또는 완화안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서울에 직장을 둔 40대 무주택자 오 모씨는 “새 정부에서 대출완화와 함께 취득세도 인하한다고 해 이번에 집 장만을 하려고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를 완화해준만큼 무주택자를 위한 취득세 면제 등의 공약도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취득세 정상화 공약으로 1주택자의 원활한 주거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1~3%인 세율을 단일화하거나 세율 적용 구간 단순화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 적용 등을 약속했다. 현행법상 무주택자나 일시적 1가구2주택자가 집을 살 때 취득세는 주택가액별로 6억원 이하면 1%, 9억원까지는 누진세에 따라 다르며 9억 이상이면 3%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이를테면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인 9억7000만원짜리 집을 한 채 사면 취득세율 3%가 적용돼 지방교육세(세율 0.3%)까지 합해 세금만 3201만원을 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생애 첫 주택 취득자에게는 취득세를 면제해주지만 취득주택 가액이 1억5000만원 이하여서 수도권 거주자에게는 대부분 해당사항이 아니다. 또한 취득세 50% 감면도 4억원(수도권 기준) 이하여서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값이 9억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취득세는 세법개정 사안으로 새 정부에서 여소야대인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인수위에서 취득세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해도 시행령만으로도 개정이 가능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1년 배제안과를 달리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으로 여야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아 정부 의지에 따라 공약 이행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평균 집값이 올라서 무주택자라도 1~3%로 세분화한 취득세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당선인의 공약대로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인하한다면 매매거래가 활발해 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공약은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갈아타기 실수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야당도 세법 개정을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