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승관 기자
2022.02.07 18:00:00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우주청 유치 공동 선언 등 행동 나서
육사 이전 둘러싼 지역정치권 갈등…지역 사회 신경전 번져
우주청 설립, 대전·경남 지역 “사활 걸어라”…후폭풍 우려
[이데일리 문승관 박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두 유력 대선 후보가 내놓은 육사 이전과 항공우주청 설립 공약을 둘러싸고 ‘지역 내·지역 간’ 갈등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장기적인 비전과 행정 효율성, 기존 인프라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주요 대선후보의 공약남발로 지역 갈등과 사업 부실화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지자체와 충청 정치권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이달 9일 대전시청에서 육사 이전 유치와 충청권 우주청 유치 공동선언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세(勢) 과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대선공약 때문이다. 이 후보의 육군사관학교 경북 안동 이전 검토 발언은 진작부터 육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충청권의 즉각적인 반발을 가져왔다. 국방대와 육군훈련소를 기반으로 국방 클러스터를 꿈꾸던 충청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이 후보의 공약에 반대하고 나섰다.
충남과 대전권은 일찌감치 선점해온 핵심 의제 중 하나가 육사 유치라고 강조한다. 대전·충남은 이 두 가지 현안에 대해 대선 공약 반영을 촉구해 왔다. 육사 문제의 경우 이 후보가 관련 공약을 거둬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과 충남은 이를 뒤집으려 결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치적 구호에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동도 육사 이전 공약으로 지역정치권과 지역사회가 벌집을 들쑤셔놓은 듯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희망고문, 허언이라며 이 후보를 공격하자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사죄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지역인 만큼 민주당과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지역 내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안동지역은 약 40만평 규모의 예전 36사단 부지로 이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보수색채가 강한 만큼 지역 민심은 이 후보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 “이미 육사를 보유한 고장에 또 무슨 육사냐”라는 말까지 나온다. 안동은 이육사 시인의 고향이다. 안동지역 시민단체들은 야당의 비판에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윤 후보가 항공우주청 설립을 경남 공약으로 발표한 데 이어 이 후보도 경남 설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자 그간 우주청 설립을 준비해온 대전과 경남이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세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경남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던 이 후보가 우주전략본부의 입지와 관련 최종 결론을 유보했는데 우주항공 국가기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전·충남권 등 타 지역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정가에선 우주청 대전 설립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카이스트(KAIST) 등 40개가 넘는 연구ㆍ개발 기관과 민간 업체들이 몰려 있다. 경남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항공ㆍ우주 사업 관련 사업체의 약 60%가 집중돼 있다. 대전은 윤 후보 공약을 강하게 비판하며 유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전과 경남 지역사회에서는 각각 연구ㆍ개발 밀집지역에 우주개발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유치에 사활을 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교수는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안이나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내놓는 대선 공약은 지역 갈등과 사업 부실화 등 온갖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대선 공약을 발표할때는 선택과 집중으로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희권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대선후보들이 표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원하는 정책사업을 한 곳에 주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정책사업은 국가 정책을 관장하는 싱크탱크에서 합리적 안을 만들어 정책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후보 보좌진은 지역공약을 만들 때 불필요한 갈등과 혼선을 초래할 부분이 없는지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