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孫에서 '마이너스'孫으로…소프트뱅크, 16조원 적자

by정다슬 기자
2020.05.18 17:01:48

일본 기업 역사상 최악 분기 적자 기록
"사외이사 2명에서 4명으로 확대"
부채 규모 줄이고 2호펀드 중지…WSJ "T모바일 매각 협의 중"

△2019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실적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이 강단에 서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소프트뱅크 그룹(SBG)가 올해 1~3월에만 1조 4381억엔(16조 5319억원) 적자라는 어닝쇼크를 내놓았다.

소프트뱅크 역사상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일본 기업 역대 최대다. 이전에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켰던 도쿄전력 홀딩스가 2011년 1~3월 냈던 1조 3872억엔 적자가 가장 컸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받아든 참혹한 성적에 경영 스타일 역시 일대 변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이날 소프트뱅크는 손정의의 오랜 지기이자 사내이사였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물러나고 2명의 사외이사를 추가하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3월 결산 법인인 소프트뱅크는 18일 발표한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적자가 9615억엔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조 4111억엔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급전직하한 셈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6조 1850억엔을 기록했지만 운용 규모만 10조엔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 투자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떨어지면서 1조 3646억엔의 영업적자를 봤다.

여기에 공유오피스 기업인 ‘위워크’를 운영하는 위컴퍼니 가치 역시 크게 떨어지면서 영업외 손실이 크게 늘어났다. 소프트뱅크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1~3월에 본 손실만 1조 4381억엔에 달한다.

위워크의 회생을 호언장담했던 손 회장으로서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맞닥뜨렸다고 하더라도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

실제 지난해 9월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사내의 수많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1조엔 규모의 추가 지원을 단행한 것은 손 회장이었다. 그 덕분에 소프트뱅크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92%나 급감했지만 손 회장은 “기류가 변했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실적 발표를 앞두고 소프트뱅크는 이례적인 공시를 냈다. 바로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의 사내이사가 퇴임하고 2명의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는 내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위워크다. 사내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단행했지만, 오히려 손실이 커지면서 손 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결과로 보인다.

10년 넘게 소프트뱅크 이사직을 맡았던 마 전 회장이 왜 떠나는 지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마 전 회장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18년 만에 사외이사직은 떠난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홀딩스 회장, 2017년 9월 SGB 사외이사직을 퇴임한 나가모리 시게노부 니혼덴산 회장 역시 손 회장에게 직언을 하는데 머뭇거리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이번 사외이사 선정은 미국 행동주의 펀드이자 소프트뱅크 그룹 주주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와모토 유코 와세대 대학원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컨설팅 기업 맥킨지&컴퍼니 출신으로 행동주의 펀드 사외이사의 경험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명은 투자 회사인 월든 인터내셔널 설립자인 립부 탄이다. 손 전 회장의 인연은 알려지지 않았다.

오는 6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이같은 안이 가결되면 현재 12명인 소프트뱅크 이사진에서 사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 1(2명)에서 3분의 1(4명)로 높아진다.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해 이용해 유니콘 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던 소프트뱅크 투자 방식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비전펀드 2호는 보류되고 4조 5000억엔 규모의 보유주식을 매각해 부채를 축소하고 자사주를 매입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가 미국 통신업체 T모바일 지분을 독일 통신업체인 도이치텔레콤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T모바일 지분을 25%가량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협상 중으로 아직 합의가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WSJ는 T모바일 시장 가치가 120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그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