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금지국가 체류 국민 1000명 넘어…'재입국 막을 규정도 없어'

by박경훈 기자
2018.08.02 17:17:50

이태규 "흑색경보 여행금지국 거주 중인 한국 국민 1123명"
"철수권고 무시하다 상황 긴박해지자 정부에 구조요청"
"예멘 거주 2명 정부 비용으로 탈출 후 또 예멘으로 가"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한국인 1명이 리비아에서 납치돼 28일째 억류 중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여행금지로 지정된 흑색경보 7개국에 우리 국민 1000여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정부 도움으로 탈출했다가 재입국하더라도 이를 막을 관련 규정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날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여행금지 흑색경보 7개국에 체류 중인 국민은 1123명(2018년 6월 기준)이었다. 이 의원의 설명에 의하면, 정부가 빌린 전세기를 타고 여행금지국가를 탈출한 우리 국민이 외교부의 재입국 금지 권고를 무시하고 다시 그 국가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흑색경보 단계는 여행금지로 지정된 국가로서 방문이 금지되며 이미 체류하고 있는 경우 즉시 대피·철수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일부 지역, 소말리아,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 7개 국가가 흑색경보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정부의 거듭된 철수권고를 무시하고 남아 있는 일부 국민의 탈출을 위해 전세기 임차 등을 통한 국민혈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란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한 가지 사례로 내전 여파로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된 예멘에 거주하던 우리 국민 2명은 지난해 10월 외교부에 자진출국 의사를 전달했다. 중동에서 사업을 하던 이들은 외교부의 수차례 철수 권고에도 현지생활 등을 이유로 철수하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



외교부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국제기구로부터 전세기를 임차해 2명을 구조했다. 전세기 임차비용은 외교부에서 운용 중인 긴급구난활동비로 3만6575달러를 지불했다. 2명은 통상 수준의 탑승권 비용만 부담하고 초과비용은 정부가 부담했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 상반기 외교부의 재입국 금지 권고를 받고도 예멘에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재입국이 알려지자 이들에게 여권 반납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 의원은 “경각심 없는 일부 국민의 버티기로 인해 해외안전사고 위험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과 더불어 성실히 정부의 철수권고를 이행한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의 소지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전세기를 통해 출국한 뒤 재입국을 한다면 탈출비용을 현실화시키거나 위험국가에는 재입국을 금지하는 쪽으로 지침을 개정해 국민혈세가 낭비되거나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 모두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