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새 2~3배 뛰는 건 예사…방치된 탄소배출권 널뛰기

by이정훈 기자
2021.09.14 18:24:23

하반기 들어 석 달 채 안돼 배출권 가격 2.5배 `껑충`
깜깜이 할당에 발전업계 싹쓸이까지…배출권시장 왜곡
정부 예비분 늘려 물량 조절, 감축기술 전수시 할당 포함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탄소배출권 가운데 거래가 가장 활발한 KAU21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 6월23일 1만1550원이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14일 현재 2만8200원까지 올랐다. 석 달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무려 2.5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 1월 8640원으로 시작한 배출권 가격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초 4만2500원까지 뛰는 등 시도 때도 없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가가 배분하는 무상할당량을 넘는 탄소를 추가 배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쌓아두는 충당금인 배출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 중 배출부채가 가장 많은 기아는 6월말 현재 그 규모가 2169억원에 이르고 있다. 현대제철(1339억원)이나 포스코(422억원) 등 탄소 다(多)배출 기업들의 배출부채도 적지 않다.

특히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35% 감축해야 하는 만큼 기업에 배분되는 무상할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 경영 입장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 안정이 필수적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3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1~2025년)에 기업이 시장에서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비중이 기존 3%에서 10%로 높아졌다. 재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에 맞춰 `예측 가능한 배출권 거래제 운영`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국내 배출권 가격이 급등락하는 건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이 깜깜이로 진행되는 탓에 수요와 공급이 만나 자율적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또 배출권 할당량의 41%를 차지하는 발전업계가 한국전력으로부터 구매가격의 80% 정도를 지원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배출권 물량을 확보하다 보니 시장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재계는 정부가 배출권 할당을 투명하게 하되 배출권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배출권 예비분을 충분히 확보해 가격 등락에 맞춰 이 예비분을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배출권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배출권 물량을 1년 할당량의 22~45% 수준인 4억~8.33억톤으로 유지하도록 하되, 공급물량이 4억톤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을 추가로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계에선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 기술·노하우를 다른 업체에 전수해서 줄인 온실가스도 그만큼 할당량에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령 거래제 대상인 A사가 개발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B사나 C사에 공유해 B·C가 연간 1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면 이 물량 만큼 A사에 배출권을 주는 식이다.

이지웅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배출권 가격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급등락하면 기업이 경제적 손익을 따져 추가로 감축 투자를 할지, 배출권을 거래할지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렵다”며 “배출권 거래제 도입 목적에 맞춰 시장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