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교환' 제재 위반 논란에 통일부 "최종판단은 우리가 한다"
by정다슬 기자
2020.08.27 16:41:56
"사업 백지화·취소 표현 사실과 달라"
"1·2차 검토 통해 종합적 판단…정보기관 판단은 고려사항"
"제재는 수단일 뿐, 목적 아니야"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통일부 당국자는 27일 현재 통일부가 승인을 검토하고 있는 남북 물물교환 사업의 북측 거래대상이 제재 대상 기업이라는 논란과 관련해 “실제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기업이 제재 대상인지 통일부가 알지 못했다’거나 ‘정보기관의 우려를 무시하고 승인을 추진했다’는 비판에 사실이 아니라며 “최종판단은 통일부가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남측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은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등을 상대로 북한의 인삼술·들쭉술 등과 남한의 설탕과 맞바꾸는 ‘물물교환’ 사업을 승인해달라고 통일부에 요청했다.
이 사업은 제재 대상이 아닌 물품을 물물교환 형식으로 거래해 대북 경제협력 범위를 넓혀보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작은 교역’ 구상과 맞아떨어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북측 거래기업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국가정보원이 이를 확인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통일부 역시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승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이 사업은 여러 정보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따지고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사업의 백지화’나 ‘취소’ 표현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 사진은 2017년 ‘베트남 엑스포’에 참가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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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설명에도 이 당국자는 반박했다.
그는 “해당 기관이 제재 대상인지 아닌지는 명백하다”며 “유엔(UN)과 미국, 대한민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대북제재 리스트에 해당 기업이 포함되는지 살펴보면 되는 것. 거기에 있느냐가 일차적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문제가 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제재리스트에 포함됐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정보기관도 제재 대상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우려가 있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밝혀 우회적으로 해당 기업이 리스트에 등재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했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지도국의 외화벌이 업체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동일한 회사로 의심되고 있다. 이미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2017년 베트남 무역박람회 참여 당시 제재 위반 여부로 논란이 된 바 있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이 장관 역시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해당 기업이 대북 제재 대상인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숙지하고 있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관계자의 ‘리스트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은 리스트 확인만으로는 두 회사가 같은 회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이 관계자는 리스트에 없는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같은 거래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프로그램에 기술이나 자금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차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기관의 판단은 중요한 판단 근거란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물물교환 사업이 최근 ‘제재’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논의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제재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라며 “제재를 잣대로 삼고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유엔(UN) 대북결의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대북 제재뿐만 아니라 6자 회담과 경제협력,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대한 중요성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모든 것을 ‘제재에 해당이 되냐, 안 되느냐’만 따지는 것은 유엔 결의안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정보기관의 판단은 그것대로 고려하되 최종적인 판단은 통일부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