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묶자 도소매·숙박·음식업 대출급증 ‘풍선효과’
by김경은 기자
2019.03.06 16:20:41
작년 서비스업 대출 58조 늘어…9년만 최대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중심 증가…전년비 10.7% 증가
제조업 대출 증가세는 둔화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지난해 가계대출 증가가 주춤하던 사이 도소매·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대출이 빈틈을 메웠다. 우리 경제의 동력인 제조업은 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이같은 서비스업 대출 증가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증가, 가계대출 규제 풍선효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4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취급기관 산업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1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은 2.1% 증가에 그친 반면 서비스업 대출은 9.5%나 증가했다. 서비스업 대출잔액은 677조원으로 사상 최대이고, 대출 증가율은 2009년 6.4% 이후 최고다.
반면 제조업 대출 증가율은 2011년 11.8%를 기록한 이후 2012년(7.1%), 2013년(6.4%), 2014년(7.7%), 2015년(5.3%), 2016년(0.0%), 2017년(4.1%)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2016년 일시적 조선사 구조조정 여파). 지난해 제조업 대출증가율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 2.7%에도 못미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커진다”며 “제조업 대출 증가세 둔화는 조선업 구조조정,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조달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대출 수요의 변화가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서비스 대출 가운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부동산업 등 사실상 가계 생계형 대출과 유사한 일부 대출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별 대출에서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부동산업 비중은 17.9%, 20.7%로 제조업(30.7%) 다음으로 높다.
이같은 대출 쏠림으로 시중 은행들은 이들 업종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그럼에도 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가팔라졌다. 지난해 생계형 대출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전년 보다 10.7% 증가했다. 2009년 3.9% 이후 최대다. 대출잔액은 200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사실상 개인 대출과 유사한 자영업자 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계신용은 전년 대비 5.7% 늘어난 1534억6310억원이다. 산업대출 증가가 가계대출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최근 2~3년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가계대출과 산업대출간 격차는 더 벌어져왔었다.
자영업자수 증가도 원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소매·숙박·음식점 사업자수는 235만5684개로 전년 대비 3만8911곳(1.67%) 증가했다. 관련 신설법인수 증가세도 가팔랐다. 2009년 1만2045개에 불과했던 신설법인수는 지난해 2만4773개로 9년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임대사업자 대출이 많은 부동산업 대출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업 대출은 전년 대비 15.3% 늘어난 23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규제 여파로 부동산업 대출 증가는 2017년 2분기(14.2%) 이후 최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개인대출이 막히면서 개인사업자 대출로 전환한 대출 수요가 늘고 있고, 은행들도 일정규모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법인에 대한 대출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대출행태는 여전히 손쉬운 대출을 늘리는 것”이라며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은 부채의 질을 나쁘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