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댓글 조작' 공범 서유기 '구속'

by윤여진 기자
2018.04.20 21:20:45

지난 1월 올림픽 기사 댓글 공감수 조작한 혐의
경찰, 민주당과의 조직적인 연관성 조사 방침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기사에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서유기’ 박모(31)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서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김동원(49)씨와 함께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서유기’ 박모(31)씨가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박씨 모두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확인됐지만 이들과 당과의 조직적인 연관성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는 상태다. 다만 김경수(50)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간헐적으로 김씨와 메신저로 연락했다는 점에서 경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9시 15분쯤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와 수사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박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후 이같이 결정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 4분쯤 얼굴에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박씨는 ‘활동 자금은 어디서 났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지시를 받았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갔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민주당 당원 김씨와 양모(35)씨, 우모(32)씨 등 3명을 구속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지난 17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경찰은 이어 지난 18일 같은 혐의로 민주당 당원 박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경찰의 신청을 받은 당일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월 김씨의 지시를 받고 입수한 매크로를 이용해 기사에 달린 댓글의 선호 여부를 평가하는 기능인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박씨가 지난 1월 1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온 ‘남북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종합)’ 기사에 달린 비판적인 댓글 2개에 600여 개의 공감 수를 매크로를 통해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경공모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씨와 함께 비누업체 ‘플로랄맘’(floralmum)과 경찰이 지난달 21일 압수수색한 출판사 ‘느릅나무’를 함께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김씨의 자금 출처와 이들의 배후 존재 여부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압수물품 분석을 마치는 대로 지난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개월간 김씨에게 총 10개의 기사 도메인 주소를 보낸 김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방침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