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 금감원장…文정부 최초 경질(재종합)

by문승관 기자
2018.03.12 18:15:43

청와대, 사퇴 방향으로 정리…최 원장 '정면돌파'에서 전격 사임 결정
취임 6개월만에 낙마…김광수 전 FIU원장 등 차기 후보군 재조명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진두지휘해온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스스로 또 다른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취임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첫 민간 출신 금감원장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채용비리로 사임하는 첫 사례이자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9월11일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번 사의 표명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취임 후 채용비리 근절을 외치며 앞장섰던 그가 결국 과거 민간 금융사 재직 시절 채용비리 의혹으로 낙마하게 됐다.

청와대에서 최 원장의 사표를 공식 수리하면 최 원장은 제6대 김용덕 전 금감원장(2007년 8월~2008년 3월)과 2대 이용근 전 금감원장(2000년 1~8월)보다 더 짧은 임기를 마치게 된다.

최 원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청와대의 결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최흥식 금감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고 해당 수석실에서 관련 사안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최 원장을 사퇴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왔다”며 “채용비리 관련 전수 조사를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는데 금융감독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지층에 대한 비판 여론도 무시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 주로 20~40대인데 최 원장의 과거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해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최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초긴장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화약고’를 건드렸다는 표현까지 쓰며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금감원의 고강도 조사가 다시금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임 표명과 관계없이 이날 발표한 채용비리 의혹 특별검사단을 예정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금감원 조사로 밝혀진 55건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서부지검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혐의는 2016년에 발생한 것으로 금감원 측은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이 불거진 2013년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를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며 “금융권 전체로 채용비리 검사가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조사했던 금융사도 재조사해 이슈가 커질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최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차기 금감원장 선출까지 최소 두 달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유광렬 금감원 수석부원장 체제로 운영하지만 검사 일정과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 후보자 결정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걸로 예상한다”며 “보통 검증에만 3~4주가 걸리는 만큼 최소 두 달간은 금감원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차기 금감원장 선임을 두고 민간출신의 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새 금감원장에 민간 출신, 특히 금융권에 몸담았던 사람은 아예 대상자에서 제외되지 않겠냐”며 “새 원장이 오면 또다시 임원 물갈이도 이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새 금감원장에는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정치인이나 관료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 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도 다시금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원장은 행시 27회로 최종구 금융위원장보다 2기수 후배다.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을 역임했다.

유광렬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내부 승진가능성도 나오는 가운데 정치인 중에는 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 희박하다는 분석에도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을 맡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등도 유력 후보군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관장이 바뀌면 업무를 파악하고 임원들과 손발을 맞추는 데 최소한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최 위원장과 손발을 잘 맞출 수 있는 새 금감원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