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20.11.30 17:24:50
산안법 안전·보건 조항 이미 수천개에 달해
중대재해법 제정되면 경영활동 위축 불보듯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치권이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입법을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 1년도 안 돼 추진되는 중대재해법으로 인해 이중처벌 우려가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30개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지난 11월19일 중대재해법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국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상황은 재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포스코(005490)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11일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어 11월1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을 내놨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중대재해법 입법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미 현행 산안법상 사업주 처벌과 관련된 안전·보건규정은 673개에 달하고, 조문별 하위 조항은 수천 개에 이른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형벌이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중대재해법은 여기에 더해 사업주 및 원청(2년 또는 3년 이상 징역, 5000만원 또는 5억원 이상 벌금)과 법인(1억원 이상 벌금) 모두 처벌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주나 법인에게 최대 10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고 유해·위험방지 감독 등을 게을리 한 공무원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웬만한 기업은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는 사상자 발생 시 형벌과 배상책임의 수준이 지나치게 과도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등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고위직 기피 현상까지 초래하는 등 기업의 경영 활동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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