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정책 ‘서울 타깃’ 사실로…불복·소송 예고에 학생피해 우려

by신하영 기자
2019.07.09 16:56:47

전국 자사고 11곳 탈락…72%가 서울지역 자사고
자사고 81%가 MB 때 지정 22곳이 서울에 편중
통과학교도 “한숨 돌렸지만 지속 가능할지” 불안
자사고 교장들 “각본에 맞춘 평가…끝까지 저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 조희연 교육감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9일 서울지역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이 무더기 탈락했다. 서울은 올해 재지정 대상 자사고 24곳 중 13곳이 몰려 있어 최대 격전지로 꼽혀왔다. 전국적으로 11곳의 자사고가 탈락한 가운데 이 중 72.7%가 서울지역 자사고로 집계되면서 ‘자사고 폐지정책의 타깃은 서울’이란 교육계 분석이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짜맞추기 평가”라며 소송 전으로 맞설 방침이다.

지난달 20일 전북에서 시작한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는 이날 서울·인천 14곳의 재지정·탈락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이미 전북 상산고와 부산 해운대고, 경기 안산동산고는 교육청 평가에서 재지정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

이날 서울에서는 평가대상 13곳 중 동성고·이화여고·중동고·한가람고·하나고 등 5곳만 통과됐다. 나머지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은 탈락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재지정 대상 자사고는 24곳이었다. 재지정에서 고배를 마신 학교는 11곳으로 72.7%(8곳)가 서울지역 자사고다.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를 앞두고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의 타깃으로 서울을 지목하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전국 42곳 자사고 중 81%인 34곳이 이명박 정부 시절(2009~2010년) 우후죽순 격으로 설립되면서 고교서열화를 확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MB 때 설립된 자사고 34곳 중 22곳이 서울에 몰려있으며 이 가운데 13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았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급속히 자사고가 늘면서 고교서열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이 심화됐고 교육시스템 전반을 왜곡시켰다는 게 지난 10년의 평가”라고 했다. MB정부 출범 후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내걸고 전국적으로 자사고가 과잉 공급되면서 고고서열화·사교육팽창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자사고 폐지가 시대정신”이라며 이러한 논리에 공감을 표했다. 현재 전국 42개 자사고 중 81%(34개교)가 MB정부 때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다. 이 가운데 22곳이 서울에 몰려있다.

자사고 평가가 마무리되면서 재지정 여부에 따라 학교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지정취소 대상이 된 서울 A고 관계자는 “자체 모의평가에서는 재지정 기준점수를 충족했었다”며 “재지정 통과를 자신했었는데 탈락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재지정을 통과한 학교는 다행스럽다면서도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을 우려했다. 백성호 한가람고 교장은 “이번 재지정 통과로 한숨 돌렸다”면서도 “정부의 자사고 폐지 기조가 계속되는 한 만성병으로 죽느냐 급사하느냐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장은 또 “자사고에 대한 신입생 지원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재정압박이 우려된다”며 “이 상황에서 자사고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는 불안감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평가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대상으로 결정한 8곳의 자사고 중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 등 7곳은 2014년 1주기 평가 때도 지정취소·취소유예를 받은 학교들이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 주기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이번이 2주기 평가다.

서울교육청은 탈락 학교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평가 결과는 지난 5년간 이들 학교의 개선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지정에서 탈락한 한대부고·경희고·숭문고 등의 올해 입학경쟁률은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자사고 등은 평가결과에 불복, 소송 전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자사고 폐지 각본에 따라 짜맞춘 부당한 평가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교육계 갈등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학생·학부모다. 자사고 탈락을 둘러싼 소송전이 예고되면서 고입을 앞둔 중3 학생들의 혼란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자사고 희망 중3학생들은 자사고 측이 제기할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엔 자사고전형(서류+면접 등)을, 기각 땐 일반고전형(서류)으로 고입을 치러야 한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온 가족이 자녀의 자사고 진학을 바라보고 힘들게 준비해왔는데 이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시 중3 학부모 김모 씨도 “수년 전 자사고 폐지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혼란을 겪었는데 고입을 앞두고 실제로 진행되는 것을 보니 더욱 불안하다”며 “자사고 재지정 결과가 빨리 확정돼야 혼란이 덜할 것”이라고 읍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