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 레이스 점화…김기현·안철수·나경원 등 '존재감 경쟁'

by배진솔 기자
2022.08.10 17:07:19

일찌감치 몸 푼 김기현·안철수, 당내 기반 vs 외부 인지도
전대 시기·방식 놓고 이견…경선룰 갈등도 첨예할 듯
나경원도 당권 도전 시사…유승민, 당대표 적합도 1위
최대 그룹 친윤계 '민들레' 이달 본격 출범…차기 당권 영향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국민의힘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면서 차기 당권 레이스가 물밑에서 점화하고 있다.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셈법이 엇갈리지만 조기 전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출마 채비에 나섰다.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당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2024년 총선 공천권까지 거머쥘 것으로 보여 당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은 일찌감치 공부모임과 토론회를 띄워 당권 경쟁 몸풀기에 나선 상황이다. 상이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조기 전대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서로 다른 셈법을 하며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당내 기반에선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약하다. 이에 김 의원은 활동 무대를 당 외부로 넓혀 대중적 인지도 쌓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이순신 장군 관련 영화 ‘한산’ 상영회를 열어 2015년 목함지뢰 폭발 사고 유공자 하재헌 예비역 중사 등 200여명을 만났다. 당 위기 상황에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다만 김 의원이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행사 현장엔 참석하지 못했다.

반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선 ‘신입 의원’인 만큼 당내 기반이 약하다. 안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가지며 지지 기반 확대에 힘쓰고 있다. 안 의원이 이끄는 민·당·정 토론회도 그 일환이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당권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는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일관성 있게 제가 주장하고 믿었던 게 국민의힘은 중도와 보수가 통합해서 실용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당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전당대회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도 전략이 확연히 구분된다. 김 의원은 지속적으로 9~10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 의원 입장에선 내년 초 전당대회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경선룰을 둘러싼 후보들의 갈등도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선거에 예비경선을 도입하면서 당원 투표 50%, 시민 여론조사 50% 룰을 적용했다. 본경선의 경우 당규대로 당원 70%,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치렀다. 김 의원은 당원 비중 확대를, 안 의원은 국민 투표 비중 확대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밖에도 ‘최다선’ 정진석·정우택·조경태 의원과 원외에서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차기 당권 도전 의지를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정치인은 언제나 몸이 풀려있다”며 “저도 다선 정치인이다. 그 사람의 정치 역사 이력은 국민과 당원들이 더 잘 아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저는 그 자리가 요구한다면, 그 자리에 제가 적합하다면 어떤 자리를 갈 때 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의원이 오차범위 밖 1위로 올랐다는 조사결과가 이날 나왔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6~8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23.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뒤이어 △이준석 대표(16.5%) △안철수 의원(13.4%) △나경원 전 의원(10.4%) △주호영 비대위원장(5.9%) △김기현 의원(4.4%) △권성동 원내대표(2.5%) △장제원 의원(2.2%) 순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움직임도 엿보인다. 당내 최대 그룹인 친윤 그룹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가 관건이다.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추진하는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모임은 제3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이달 하순 본격 출범한다. 현재까지 의원 57명이 가입서를 냈다. 친윤 세력화 오해를 빚어 불참을 선언했던 장제원 의원은 예정대로 참여하지 않지만 김정재·정점식·배현진·박수영·유상범·정희용 의원 등 친윤계 초재선 의원들과 함께 정우택(4선)·조해진(3선)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다수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