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 '재판거래' 의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직권남용죄 고발

by신중섭 기자
2018.07.17 16:09:54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정당화 판결 거래수단 삼아"
검찰에 엄정한 수사 촉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강동균(오른쪽 두 번째)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을 비롯한 강정마을 주민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등은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제주해군기지 관련 판결을 거래수단으로 삼은 책임자”라며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죄 등으로 고발했다.

대표 고발인으로 나선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회장과 조경철 강정마을회 전 회장 등은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 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사법 행정권을 남용하고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법원 행정처가 공개한 대법원 내부 문건에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대법원 판결이 명시된 것이 확인됐다”며 “양승태 대법원은 상고 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협상 전략의 하나로 해당 판결을 사법부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건에 언급된 판결은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데 근거가 되었던 중요한 판결”이라며 “이는 불법적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해준 대법원 판결을 ‘거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9년 4월 서귀포 강정마을 인근에 국방·군사시설을 건설하는 사업계획을 승인한 국방부를 상대로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승인돼 무효”라며 소송을 했다. 1·2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지만 2012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방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지난달 8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밀양 대책위) 등 주민 30여명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중 일부는 같은 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