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열량 줄인 '로푸드', 정말 효과 있을까요?[궁즉답]
by김범준 기자
2022.07.20 18:54:35
나트륨 함량 줄인 캔햄, 대체당 사용 음료 등
스펙 낮춘 '로푸드'판매량 증가세
식품업계, R&D 통해 성분 식약처 인증
전문가 "저열량 제품도 과다 섭취 시 건강 효과 감소"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식품업계가 당분과 염분, 지방 등 성분 열량을 낮추는 ‘로스펙’(low spec) 경쟁에 한창입니다. 대표적 고열량 단짠(달고 짠) 음식으로 꼽히는 통조림 가공품부터 저지방 우유·치즈, 제로칼로리 음료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주류의 경우 알코올 함량을 낮춘 저도주를 넘어 아예 알코올을 없앤 무(無)알코올 혹은 비(非)알코올 맥주까지 나오고 있죠. 이른바 ‘로푸드(low food)’ 입니다.
로푸드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자는 의미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유행과 맞물려 식품업계가 선보이고 있습니다. 식단 관리를 위해 무조건 건강식으로 바꾸기보다는 평소 즐기는 음식은 그대로 즐기면서 당, 나트륨 등 과잉 섭취시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을 줄인 제품섭취를 통해 만족감을 높이도록 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캔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캔에 담긴 익숙한 햄의 맛은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합니다. 하지만 상온 장기 보관성을 위해 염분을 많이 첨가하다 보니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짠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캔햄 브랜드 ‘스팸’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097950)은 ‘스팸 25%라이트’ 출시 2년 만에 누적 생산량 50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이 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캔햄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100g당 평균보다 25% 이상 낮은 510㎎입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팸 25%라이트는 건강 및 저염 트렌드에 힘입어 나트륨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 맛 품질까지 확보해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푸드 인기는 통조림 제품뿐만 아닙니다.
온라인 커머스 위메프에서 지난달 판매한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약 5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같은 기간 논알코올(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매출은 19배 이상, 밀가루 없이 만든 제품을 뜻하는 글루텐프리 판매량은 약 40배나 늘었습니다. 무카페인 커피 매출은 96% 늘었고 무염버터와 무지방 우유 판매량도 각각 30%, 114% 늘어났습니다.
국내에서 생산·유통하는 식품 상품들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분 검사 등 인증을 받고 영양 성분 표기를 해야 판매 가능합니다.
로푸드의 경우 기존 제품과 같은 형태에 비슷한 풍미와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성분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생산업체에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당분을 낮추기 위해 설탕 대신 고농도 감미료 ‘아스파탐’과 ‘스테비아’ 등 대체당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또 별도 생산 공정을 추가해 나트륨과 알코올 등 기본 함유 성분을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료를 대체하거나 첨가물을 줄인 로푸드 카테고리 제품들의 낮은 열량 등 ‘스펙’은 내외부 연구소 또는 정부 기관 등을 통해 이미 입증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로푸드라고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정말 건강에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저염·저당 등 저칼로리 식음료라도 개인별 평소 식습관이나 과다 섭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효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저 로푸드만 먹는다고 건강에 덜 해로운게 아니라 결국 적절한 식습관과 운동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저염·저당·저지방 등의 성분 함량을 낮춘 가공식품은 건강 관리 측면에서 비만과 당뇨,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나 대사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아무리 저함량 식품이라도 많이 먹거나 자주 먹으면 당연히 효과는 줄어들기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도 “당 섭취 측면에서 설탕보다 스테비아가 훨씬 장점이 있다”면서도 “맛과 건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품이라도 과다 혹은 오남용 섭취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맹신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