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 집값에 기름 부은 박원순의 '강북 균형개발'

by정병묵 기자
2018.08.23 15:45:19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여 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치면서 강북 균형 발전안을 내놓았다. ‘달동네’ 교통 편의 확대를 위해 모노레일 같은 새 교통수단을 도입하고, 사업성 문제로 진행이 중단됐던 4개 경전철 노선을 착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강남과 갈수록 격차가 심해지는 강북의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시민 편의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아이디어이지만 서울 집값을 다시 들썩이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근 서울 집값을 뛰게 한 것은 박원순 시장의 ‘입’이었다. 지난달 초 박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서울 영등포·용산·성동구 등 비 강남지역 집값이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7% 뛰며 최근 3개월래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아니나 다를까 강북 균형 발전안 발표 이후 강북구 미아동 일대 아파트는 호가가 뛰고 매물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경전철 목동선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양천구 신월동 일대 아파트도 호가가 며칠 새 수천만원이나 뛰면서 긴장을 자아내고 있다.



그간 서울시는 시장에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 중앙정부와 부동산 정책을 두고 계속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을 불안케 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박 시장은 여의도 개발은 서울시장 고유의 권한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또 공시지가 결정 권한, 그린벨트 해제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두고 계속 마찰을 빚었다.

서울시가 정부와 불협화음을 계속 내고 대형 개발 정책 발표로 집값이 다시 뛰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 강북 균형 발전안이다. 이번 발표가 부동산 투기를 위한 호재가 아닌 취약계층의 교통 복지를 확대한다는 본래의 취지대로 작용하려면 집값 안정화에 대한 ‘시그널’을 지속 보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지나치게 각을 세우는 것이 아닌 ‘협치’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