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케뱅 중고거래는 사기?"…온라인서 괴담 확산

by유현욱 기자
2017.09.06 18:59:51

전체 계좌 대비 사기 의심 계좌 비율 0.1%도 안 돼
경찰, "인터넷은행 출범 후 사기 큰 변화 없어"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아마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계좌를 안 열어주니까 (중략) 케이뱅크 계좌를 불러주면 그냥 거래를 곱게 접는 게 좋아요.”

최근 중고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케이뱅크로 거래하는 사람 중에 사기꾼이 아니었던 사람을 아직 못 봤다”며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흥행몰이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시장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인터넷은행 계좌 주의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2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카카오뱅크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당해 1500만원을 날렸다는 신고까지 접수되면서 인터넷은행 사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요지는 ‘시중은행에선 추가 계좌 개설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계좌 개설 방법이 간편한 인터넷은행을 이용한다’는 내용이다. 댓글에 각자 비슷한 경험담까지 더해지면서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 중고 스마트폰 구입을 원한다는 글을 올린 이모(28)씨는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직거래 대신 인터넷은행 계좌로 먼저 입금해주면 물건을 보내겠다는 판매자를 만나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중고거래시 이용되는 인터넷은행 계좌는 사기’라는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는 ‘괴담’에 가깝다. 인터넷은행 계좌가 ‘먹튀’ 범행에 악용될 소지를 배제할 순 없지만, 인터넷은행 계좌라고 해서 모두 사기행각 취급하는 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사기 의심 계좌’로 등록된 인터넷은행 계좌는 카카오뱅크 163개, 케이뱅크 313개로 집계됐다. ‘사기 의심 계좌’란 최근 3개월 동안 3차례 이상 피해 신고가 접수된 계좌를 말한다.



카카오뱅크의 공식 출범일(7월 27일)과 케이뱅크의 영업 개시일(4월 3일)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라 볼 수도 있지만, 전체 계좌 개설 수 대비 사기 의심 계좌 비율은 각각 0.005%(카카오뱅크)와 0.066%(케이뱅크)에 그친다.

경찰 역시 특정 형태의 은행 계좌가 사기 행각에 집중적으로 이용된다는 건 ‘낭설’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경찰청은 인터넷은행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 5월 한세대 산학협력단에 ‘인터넷 전문은행 관련 범죄대응전략’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결과 인터넷은행 등장 이후 새로운 유형의 사기 거래가 나타나거나 기존 중고거래 사기 건수가 급증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다만 사이버안전국 차원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범죄 예방 앱 ‘사이버캅’에 인터넷은행 관련 피해 신고를 수시로 자동 입력하도록 예방 조치를 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 전에도 비대면 계좌 개설 등은 이미 시중은행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인지 이전에 사기 거래 이력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 보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넷은행 측 역시 “사기 행각에 주로 인터넷은행 계좌가 악용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본인 명의 계좌를 중고물품 거래 사기 등에 활용하는 것을 일일이 걸러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더치트나 사이버캅 등을 활용해 상대방이 사기 거래를 한 적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칼은 쓰기에 따라 요리를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을 해치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며 “결국 사람에 달린 문제라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