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회사 전체 뼈저린 반성, 소비자 체감하는 진정성 보일 것”
by백주아 기자
2022.11.30 18:22:25
정갑영 SPC 안전경영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불매운동, 적절치 못한 사후대응이 원인
허영인 회장, 독립성·중립성 보장 약속 전폭 지지
“안전 문화, 글로벌 스탠다드+α 만들어야”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SPC그룹은 지난달 평택공장(SPL) 사고 이후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한 ‘안전경영위원회’(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장을 맡은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은 기업 개혁을 위한 외부 자문기구를 이끈 전문가로서 SPC 안전경영문화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기구를 통해 SPC를 국제적인 기준 이상의 안전한 일터로 변화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 정갑영 SPC 안전경영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사진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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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영 위원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SPC 불매운동이 벌어진 이유는 소비자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채 적절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재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사후대응을 하는 데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정 위원장은 안전경영위원회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활동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최우선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개선책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실행이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서다.
그는 “위원회 출범 전 허영인 회장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위원회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했다”며 “위원회의 권고의견을 실행에 옮기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각 계열사에서 적극적으로 실천방법을 강구해 적용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담보해달라고 허 회장에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허 회장도 SPC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실적뿐만 아니라 안전문화를 비롯한 기업 전체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SPC그룹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정 위원장은 “허 회장을 비롯한 회사 전체가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기업 전체적으로 기업문화 개선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의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22일 평택 SPL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 현장을 점검하고 현장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직원들은 △인력충원 △설비교체 △공간 추가확보 등을 요구했다.
| 지난 22일 정갑영 SPC 안전경영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조현욱 위원(왼쪽 두번째)이 평택 SPL 공장을 방문해 생산 라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PC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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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장은 제조 현장에서 산업재해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사고 대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어떤 부분은 경영자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안전설비 확충과 작업절차 개선, 관리감독 강화 등 안전관리체계 구축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수칙 준수의식 개선 및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SPC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면서 “안전관리 강화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경우에 따라서는 영업목표 달성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노동자들도 부담이 되는 부분은 있다”며 “그럼에도 SPC 같은 세계적 기업은 ‘글로벌 스탠다드+α’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 외에 식품안전사고도 발생하면 안된다”며 “(향후 내놓을 개선 방안이) 어느 기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PC는 안전관리 강화 대책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 진단을 실시해 현재 28개 생산시설 중 24개 사업장에 대한 진단을 마쳤다. 위원회는 내달 중순쯤 진단 결과를 검토해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