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형 공포의 에바가루..약발없는 무상수리에 소비자 직접 나서
by남현수 기자
2019.08.01 16:41:16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에바포레이터에서 발생하는 가루를 일컫는 '에바가루'는 에어컨 증발기(에바포레이터)에서 발생하는 작은 백색가루다.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송풍구에서 하얀색 분자가루가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신차에서 발생하는데 인체에 유해하다는 분석도 나와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에바가루는 지난해 6월 기아자동차 쏘렌토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큰 이슈가 됐다. 주성분이 수산화나트륨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됐다. 특히 에바가루는 필터 이후 단계에서 발생해 가루가 직접 실내로 유입된다는 게 공포의 대상이다.
에바가루는 쏘렌토 이후 기아 K7, 스포티지, 현대 투싼 등에서도 발견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최근에는 현대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서도 발견됐다는 소비자 고발이 이어지면서 에바가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상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조사로 밝혀진 에바가루 주성분은 수산화나트륨이다. 수산화나트륨은 법정 유해 물질은 아니다. 다만 장시간 흡입하게 되면 폐기능의 저하와 폐섬유종, 기흉, 뇌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치매와 같은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현대기아차의 쏘렌토(UM, 14.08.25~17.02.14), 스포티지(QR, 15.08.17~17.03.01), 투싼(TL, 15.01.05~17.02.14) 등 39만대에 대해 무상수리를 권고했다. 현대기아차는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개별 통보 후 무상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라는 점이다.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로 진행돼 해당 차량이 정비소에 입고 되면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에바포레이터를 점검한 후 문제 발생 차량에 한해 에바포레이터를 교체한다. 또 해당 연식의 대상 차량이 아닐 경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에바가루 발생 원인은 에어컨 증발기의 알루미늄 표면처리공정 불량으로 증발기 표면의 알루미늄이 부식되고 이로 인해 백색가루가 에어컨 가동시 송풍구로 분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바가루는 노후 차량보다는 신차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커 신차 구매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현대차는 자사 플래그십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서 동일한 문제가 불거지자 올해 상반기 관련 동호회 회원을 대상으로 부랴부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이후 내용을 종합해 보면 팰리세이드에서 검출된 백색가루 정체는 산화알루미늄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법적인 규제가 없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판단아래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동호회에서는 2가지 의견으로 갈라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에바가루와 성분이 다르고 법적으로 정해진 유해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입장과 “알루미늄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어쨌든 차에서 백색가루가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리콜이던 무상수리를 요구하는 입장이다. 에바가루가 논란이 된 차량들의 공통점은 모두 두원공조가 제작한 에바포레이터가 사용됐다.
논란의 시발점인 쏘렌토 동호회를 방문해 보면 에바포레이터와 관련한 별도의 게시판이 존재할 만큼 소비자 사이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개선품이 장착돼 출고된 모델과 무상수리를 진행한 이후에도 동일 현상이 발생한 경우도 보고됐다. 또 국토부가 무상수리를 권고한 차량 외에서 에바가루가 발생할 경우에는 현대기아차가 공식적인 무상 수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라 시정기간 내에 수리를 받지 않으면 이후에는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수리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동호회원 사이에서는 사비를 들여 동으로 제작한 에프터 마켓용 에바포레이터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나고 있다. 동호회를 보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좀 더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에바가루 사태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진행형이다. 메이커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기아 해당 차량 소비자는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