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기싸움…中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by정다슬 기자
2022.05.17 16:36:40

中왕이 "한중, 디커플링 반대해야"…韓IPEF 참여 견제
韓 "양 정상 상호 방문" 강조했지만 中은 빠져
韓 "北추가도발 막기 위해 中건설적 역할" 中 "한반도 전체적인 평화 유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이 16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상견례를 겸한 화상통화에서 은근한 기 싸움을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의 통화다.

상견례인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고 한미 동맹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초기 외교장관의 첫 통화에서 중국 측은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며 한국의 미국 경도를 견제하는 뼈있는 덕담을 던졌다.

17일 한중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16일 왕 부장에게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 하에 역내에서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기반한 외교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중관계가 금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존중과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한국은 이사할 수 없는 영구적인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며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과 중한 관계를 전략적이고 포괄적 각도에서 바라본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한중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4가지 방안을 제안했는데 특히 ‘호혜 협력’ 대목에서 양국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공식 참가를 선언 한데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풀이된다. 박 장관 역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통화에서 중국 측이 IPEF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하며 “우리 입장에서는 새로운 역내 질서에서 개방성, 투명성, 유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IPEF 가입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간 소통을 강화하자는 이야기에서도 대해서도 두 장관이 무게 중심이 두는 분야가 달랐다. 박 장관은 “양 정상의 상호방문을 포함한 고위급 및 각급간 교류·소통강화”를 말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콕 집어 말했지만, 왕 부장은 “정상외교의 선도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자”는 쪽으로 갈음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2차례 중국을 찾아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지만, 시 주석은 한 번도 한국을 오지 않았다. 여기에 시 주석이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면서도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장관은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미묘한 인식 차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한반도 및 역내 정세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양국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만큼 한중이 협력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이 더이상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반면, 왕 부장은 “각국 노력하에 한반도는 전체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양국과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과 왕 부장은 최근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나란히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밝혔다. 또 북한 주민들의 코로나 대응을 돕는 인도적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