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고지戰', 실탄 확보는?

by경계영 기자
2015.02.25 16:29:50

금호산업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
지분 57.48%.8천억 이상 뛸 듯
신세계그룹, 막판 변수로 급부상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금호산업 인수전은 순리(順理)대로 될 것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메세나협회 정기총회장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여론이) 금호아시아나가 사회적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면 (인수가) 될 것이고 안했다고 본다면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57.48%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재건을 위해서는 박삼구 회장은 반드시 금호산업을 지분을 되사야한다. 그래야 금호산업이 지분 30%로 확보, 최대주주로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지키고, 계열사 자금을 끌어들어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도 온전히 되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현재 금호고속은 지배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매각을 제안했고,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우리은행 등 9개 채권기관이 지분 42.1%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을 두고 건설경기 침체 속에 버티고 있는 금호산업의 인수전이라기 보다는 아시아나항공을 살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사 에어부산 지분 46.00%,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아시아나IDT 지분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인수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한 항공화물 물류사업, 연매출 1100억원 규모의 기내식 사업, 시내 면세점 운영권 등 알짜 사업군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박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유리한 편이다.



하지만 국적항공사 운영에 관심을 뒀던 자금력 있는 후보가 뛰어든다면 의외의 복병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신세계(004170)그룹이 그런 경우다. 대기업 중 금호산업 인수전에 유일하게 참여했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롯데는 불참했다. 신세계가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유통에 이어 항공업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또 광주 신세계백화점 부지를 보유한 금호터미널도 소유하게 돼 안정적으로 호남지역 영업을 펼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전은 신세계를 비롯해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 자베즈파트너스, MBK파트너스, IMM, 호반 건설 등이 인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수·합병(M&A)시장에서 롯데가 KT렌탈을 1조원에 사들인 사례를 고려한다면 금호산업의 매각가도 8000억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작년 금호산업 지분 10%에 대한 담보가 해제돼 600억원량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 지분 9.15%를 매각하거나, 이를 담보로 제공하면 1500억원 가량의 현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머지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우호적인 협력파트너 1순위는 대상그룹이 꼽힌다. 대상그룹의 오너인 임창욱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실제로 두 그룹은 오랜 기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군인공제회가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백기사로 나설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정·관계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박삼구 회장의 영향력이나 마지막 남은 호남 재벌이라는 상징성 등도 자금력과는 별도로 다른 후보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박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사업기회를 나누는 방식으로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의 사활을 걸고 금호산업을 지키려는 박삼구 회장의 의지가 강력한 가운데 인수전 막판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나중에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면서 “의향서 제출만으로는 인수 구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