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리에 1000원, 붕어빵 왜 이리 비싸?"…이제는 '팥플레이션'

by오희나 기자
2024.12.03 18:44:49

국내 팥 값 40kg 71만원…평년대비 80% 올라
붕어빵 찾는 소비자 ‘붕세권’ 지도 인기지만 “너무 비싸”
식품업계 “당장 가격 인상 없지만…”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기후 변화로 국내외 팥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동지(21일)에 팥죽도 못 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 사라지면서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의 합성어로 붕어빵을 많이 파는 곳)’ 지도가 인기를 끌 정도다. 식품업계가 가정간편식으로 내놓은 붕어빵 가격 인상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당장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팥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는지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붕어빵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일 기준 국내 팥 가격은 40kg당 71만2600원으로 전년대비 58% 올랐다. 평년 가격인 39만5274원보다 8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수입 팥 가격도 오름세다. 수입 팥 도매가격은 40㎏당 26만8200원으로 평년 평균 가격대비 약 7% 상승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올랐다.

팥 가격이 오른 이유로는 생산량 감소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국내 팥 생산량은 201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5256t 생산에 그쳤다. 이는 2017년 5001t 이후 최저치다.

다른 작물에 비해 생산성이 낮아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집중호우로 생육 초기 피해를 보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겨울대표 간식인 붕어빵 가격도 크게 올랐다. 수년간 ‘3개 2000원’이라는 가격이 공식처럼 통용됐지만, 최근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1개 1000원에 판매하는 노점이 속속 등장했다.

고공행진 중인 자재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붕어빵 노점이 급감하면서 ‘붕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당근마켓을 운영하는 당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붕어빵 지도’ 서비스를 오픈한 뒤 ‘붕어빵’ 검색량은 지도 서비스 개시 전인 11월 2주차와 비교해 135배 급증했다. 당근 플랫폼에서 붕어빵을 검색하는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동안 124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업계에서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가공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최근 식품업계가 겨울 간식인 붕어빵을 활용한 가정간편식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097950)은 비비고 붕어빵 3종(단팥·슈크림·초당옥수수)을 출시해 지난해 겨울 월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오뚜기가 출시한 ‘꼬리까지 가득찬 붕어빵’ 2종(팥·슈크림) 역시 월매출 1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붕어빵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인건비와 고정비 등이 오른 상황에서 팥값 상승세가 장기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팥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의 11월 붕어빵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공업체들은 대부분 수입 팥을 쓰는데 원재료 공급계약이 이미 체결돼 있어 당분간 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팥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