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한 사람 꼭 처벌받게"...배승아양 숨진 스쿨존 '눈물'

by박지혜 기자
2023.04.10 19:39:3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배승아(9) 양이 음주운전 차량 돌진 사고로 숨진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인근에는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한 쪽지와 꽃들이 놓였다. 쪽지에는 배 양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의 글씨체로 “이곳에서 다친 친구들 잘 낫길 바라고 하늘나라 간 친구도 꼭 행복해야 해”, “승아야 편히 쉬어.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마음이 담겼다.

또 “음주운전 한 사람을 꼭 처벌하도록 할게”, “오빠가 노력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언니들이 음주운전 없는 세상 만들게”라는 다짐이 담긴 쪽지도 보였다.

스쿨존에서 인도를 덮친 만취운전자 차량에 배승아(9) 양이 숨진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앞 인도에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굣길에 추모 공간에 들른 인근 중학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배 양의 추모 공간이 된 그곳을 한참 바라보며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고 하굣길 들른 인근 중학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부모와 함께 추모 공간을 찾은 아이들은 미리 챙겨온 인형, 우유, 젤리, 과자 등을 두고 가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선 배 양 추모와 함께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의 모습을 되새기며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에서 초등학생이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데 대해 비판이 높았다.

사진=연합뉴스
그 가운데 배 양이 숨진 사고가 난 인도에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펜스(방호 울타리)가 없었고, 이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2020년 시행한 이른바 ‘민식이법’에 포함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선 안전을 위해 방호 울타리 등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관련 시행 규칙이 명확하지 않아 여전히 설치된 곳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한 누리꾼은 국민신문고 청원에 “대전 서구 둔산동 일대 2년 전부터 도보에 있는 철제 펜스가 철거됐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도 함께 촉구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이날 100명 찬성 여건을 충족하면서 청원요건 검토 대상이 됐다.

사진=뉴시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김민식(당시 9세) 군이 차에 치여 숨진 뒤 도입됐다. 스쿨존에서 운전자 부주의로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이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민식이법 이후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데 대해 “법에선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만들어놓고 실제 처벌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경일 변호사는 10일 YTN에서 “김남국 국회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되고 난 뒤에 1년 3개월간 실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3건 정도다.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만 선고됐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으로 배승아 양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나와 대전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배 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전직 공무원 A(66)씨는 이날 구속됐다. A씨에게는 민식이법이 적용됐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 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다른 초등학생 1명도 머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한 그는 거듭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낮 12시 30분께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소주 반병 가량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을 음주운전 여부를 알았는지 추가 조사해 방조 혐의가 드러날 경우 입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