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의혹 인천경제구역 심의강화…"투자위축" 경제청·송도주민 반발
by이종일 기자
2019.03.25 17:08:07
강원모 의원 등 26명 조례 개정안 발의
조성원가 이하 토지매각 등 심의 의도
의회 "심의 통해 사업 공정성 확대해야"
경제청·송도주민, 투자위축 우려 "반대"
26일 의원총회 거쳐 29일 최종 심의
| 김희철(가운데)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 등 의원들이 19일 회의실에서 인천시 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 인천시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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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의회가 수차례 특혜의혹이 불거진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을 심의하기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 토지 헐값 매각, 특혜성 사업 등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주무관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주민은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시의회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개발 사업을 심의하기 위해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 25일 시의회에 따르면 강원모(남동4)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의원은 지난달 28일 동료의원 25명과 함께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원들은 이달 18일 산업경제위원회 심사에서 개정안을 원안 가결했고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한다. 개정안은 인천시·경제청이 경제자유구역 사업권을 민간업체에 넘기거나 조성원가 이하로 토지를 판매할 때 의회 동의를 구한다는 1개 조항(18조)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이다.
개정안에는 인천시장이 해당 협약 체결 전 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의안에는 구체적인 의무부담, 비용추계서, 협약서를 담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반적인 업무협약이나 조성원가 이상의 토지 매매계약은 예외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부실하게 추진됐던 문제 때문에 마련됐다. 앞서 경제청은 2007년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에 송도 6·8공구 매립지 227만㎡를 조성원가인 3.3㎡(1평)당 240만원에 매각하고 사업권을 넘겼지만 핵심사업인 151층짜리 인천타워 조성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경제청은 33만㎡를 제외한 나머지 194만㎡를 회수했다. 그러나 SLC는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33만㎡에 아파트를 지어 수익을 창출했다. 당시 지역사회에서 경제청이 무모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SLC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나와 논란이 됐다.
또 경제청은 2008년 송도에 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하기로 한 연세대에 특수목적법인을 거쳐 송도 7공구 61만㎡를 3.3㎡당 조성원가 150만원보다 100만원 싼 50만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브란스병원은 송도에 건립되지 않았다. 여기에 경제청이 지난해 3월 2단계 사업 협약을 통해 연세대에 송도 11공구 교육용부지 13만㎡와 수익시설부지 19만㎡를 3.3㎡당 각각 123만원, 389만원(조성원가)에 매각하기로 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경제청이 2011년 송도 5·7공구 매립지 27만㎡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50년 동안 무상임대 해준 것도 정치권·시민사회 등에서 특혜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 사업은 모두 시의회 동의 없이 인천시와 경제청의 자체 심의 절차를 거쳐 추진됐다.
김희철(연수1·민주당) 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부지가 27만㎡이지만 공장을 짓지 않아 놀고 있는 땅이 수두룩하다”며 “송도에서 가장 비싼 땅을 업체에 무상임대 해주고 저밀도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인천경제 발전을 더디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례 개정안은 경제청의 모든 사업을 심의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토지 조성원가보다 싸게 팔 때나 사업권을 민간업체에 넘길 때만 심의하려는 것”이라며 “의회 심의를 통해 특혜성 의혹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회가 조례 개정에 나서자 경제청과 일부 송도주민들은 전방위적으로 반대 행동을 보이고 있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이날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강원모 의원을 방문해 투자 유치 등에 방해가 된다며 조례 개정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청장은 22일 의원들에게 전화해 조례 개정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제청 소속 본부장 4명도 같은 날 의원들을 만나 개정 중단을 요구했다.
| 인터넷 카페 올댓송도 회원들이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 집회를 열고 조례 개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 = 올댓송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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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청은 의회 동의를 받게 되면 투자 유치 과정에서의 보안 유지가 어려워지고 심의절차가 복잡해진다며 사업 위축을 우려했다. 또 2009년 대법원이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국가사무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된 시장 사무는 국가행정기관의 위임사무라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조례 개정안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카페인 올댓송도 회원 300여명은 지난 23일 연수구 송도동에서 집회를 열고 조례 개정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올댓송도 관계자는 “조례 개정으로 의회 심의가 강화되면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다”며 “그 영향은 세브란스병원 건립에 직접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송도주민들은 10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이 들어서기를 바랐지만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안에 2단계 사업 계약체결과 함께 병원이 착공돼야 한다. 조례 개정이 세브란스병원 건립에 방해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의회는 조례 개정이 투자 유치를 위축시키지 않고 사업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모 의원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은 투자를 유치해 국제복합연구단지 등으로 조성하는 것이 목적인데 경제청은 잇따른 사업 실패로 경제자유구역을 베드타운으로 만들었다”며 “송도의 마지막 매립지 11공구를 제대로 개발하려면 의회 심의 등을 통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에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국가사무였지만 지금은 지방분권 시대이고 지방자치단체 사무가 확장됐다”며 “경제청 예산·인력이 모두 인천시 관할이다. 이제는 경제청 사업을 지방사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철 위원장은 “시의회는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연세대가 10년 동안 방치한 세브란스병원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의회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26일 오전 9시 의원총회를 열고 조례 개정안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시의회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개정안 심의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