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場 방어에 치중했던 국민연금기금…연말 자금투입 기대

by이명철 기자
2017.10.11 17:51:24

사드 여파에 中소비株 지분 매도하며 주가 하락 대응
1% 이상 순매수 종목 중 플러스 수익률은 절반 이하
4Q 중소형주 매집 시 박스권 코스닥지수 반등 기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상승랠리를 이어가던 국내 주식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주춤한데다 기금운용본부장(CIO)까지 사퇴했던 지난 3분기(7~9월) 증시 큰손 국민연금기금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덕에 연말엔 추가로 주식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전분기대비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율이 감소한 종목은 91개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이 9개로 가장 많았고 제약(8개), 식료품·화학·반도체및관련장비(각 7개), 건설(6개) 등 순이었다.

지분율 1%포인트 이상 감소한 53개 종목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제약이 6개, 반도체장비와 화학 각각 5개, 식료품·자동차부품 각 4개 등이다. 세부 종목별로 보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후폭풍을 겪은 종목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시달리는 모두투어(080160)와 참좋은여행(094850), 대한항공(003490)은 지분을 각각 3.68%, 3.27%, 1.2% 팔았다. 중국 매출 비중이 상당부분을 차지해 중국 소비주로 분류되는 한국콜마홀딩스(024720),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국민연금의 외면을 받았다. 해당 종목은 사드 여파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많아 리스크 관리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모두투어와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주가가 각각 23.4%, 14.6%나 급락했다.

대외변수에 노출된 종목에 대한 방어도 이뤄졌다.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047810)와 갑질 논란이 불거진 종근당(185750)은 각각 1.02%, 2.94% 지분을 팔아 주가 급락에 대응했다. 중국측 인수가 차질을 빚던 금호타이어(073240) 지분도 1.2%포인트 줄였다. 테스(095610) 원익머트리얼즈(104830) SK케미칼(006120) 등 업황 호조를 타고 주가가 크게 올랐던 종목은 일정 부분 지분을 팔아 차익을 거뒀다. 매도에 따른 지분율 5% 미만으로 의무공시 대상에서 제외된 종목은 지분 7.13%포인트가 줄어든 AJ렌터카(068400)를 포함해 한익스프레스(014130) 제이에스코퍼레이션(194370) 등 18개다.

리스크 관리에는 대체로 선방했지만 그렇다고 쏠쏠한 수익률을 거두지는 못했다. 국민연금이 3분기 지분 1% 이상을 순매수한 종목 48개 중 플러스 수익을 거둔 곳은 21개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적극 순매수에 나섰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아픈 손가락’이다. 3분기 동안 지분율 1.05%포인트를 높인 동부하이텍(000990)의 경우 같은 기간 주가가 32%나 떨어졌다. 증시 호조에 리테일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039490) 지분도 1%를 더 샀지만 주 수익원인 신용공여 이자율 인하 소식에 외려 주가가 급락했다. 아이콘트롤스(039570) NEW(160550)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현대제철(004020) CJ CGV(079160) 등도 3분기 주가가 크게 내렸다. 건설업종에서는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를 놓고 맞붙은 건설사 주가 매매 행태가 흥미롭다. 국민연금은 3분기 GS건설(006360) 지분을 1.29% 순매수한 반면 현대건설(000720)은 0.46%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해당 재건축 수주에 성공하면서 쓴 입맛을 다시게 됐다.

증시 변동성 심화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둬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은 종목도 많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2차전지 성장성과 업황 사이클을 탄 LG화학(051910)의 경우 3분기 주가가 34.7%가 급등해 수익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연금은 같은기간 해당 종목 지분 1.55%를 더 사들였다. 전기차 관련주인 삼화콘덴서(001820)는 주가가 24% 올랐으며 SKC(011790) 한미약품(128940) 락앤락(115390) 두산(000150) 삼성SDI(006400) 하이트진로(000080) 등도 두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국민연금의 연말 투자전략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투자비중은 20%다. 하지만 지난 4월말 기준 18.4%로 1.6%포인트 못미치고 있다. 연말 추가 자금 투입 여력이 있는 셈이다.

대형주 위주의 패시브 전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형주 매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업계 기대도 여전하다. 박스권을 연일 돌파하는 코스피지수와 달리 중소형주 위주 코스닥지수는 아직 600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의 자금 유입을 필수조건으로 꼽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해말 중소형주 중심으로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증시 상황도 대형주에 이어 중소형주로 관심이 몰릴 타이밍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가 상승폭이 컸던 IT 장비업체 말고도 코스닥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헬스케어 등 저평가된 종목 중심으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상표 키움증권 스몰캡 팀장은 “이미 추석 연휴 전부터 연기금 중심으로 기관 매수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중소형주 자금 집행은 이미 진행 중인 듯하다”며 “IT업종의 업사이클 지속과 헬스케어 반등 가능성을 감안할 때 현재 낙폭이 과도한 우량 중소형주 위주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