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지으면 적자"…6년 동결된 표준건축비 인상 요구
by오희나 기자
2022.04.07 19:05:00
[건설업계 규제완화]임대주택 건설원가 현실화
임대·분양 같은 재료로 짓는데 건설원가 큰 차이
표준건축비, 기본형건축비의 56.3% 불과
"청년원가주택 등 尹주택정책 하향 평준화될라"
수익성 악화로 임대주택 품질저하·공급감소 우려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표준건축비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세와 큰 차이가 나는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공공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아파트 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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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재건축 단지 조합관계자는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표준건축비와 기본형건축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정부에서는 일반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차이를 두지 말라고 한다”면서 “소셜믹스로 구분없이 공사하는데 공사할 때는 기본형건축비로 건설하고 팔 때는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하니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시 새로 짓는 아파트의 일정 부분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주거취약계층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재개발사업은 전체 가구수의 2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시 정해진 용적률을 초과해 받은 경우에는 초과용적률의 각각 30~50%, 50~75%가량을 60㎡ 이하 소형임대주택으로 건설해 공공에 매각해야 한다.
이때 임대아파트의 매입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것이 표준건축비다. 소형 임대주택의 땅은 기부채납으로 받고 건물은 표준건축비를 주고 사오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표준건축비는 임대료, 대손충담금, 보증보험금 산정 기준 등 임대주택의 요소요소에 기준으로 쓰인다.
하지만 정부가 표준건축비 인상이 서민 주거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로 동결을 거듭하면서 시세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3월 기준 아파트(11~15층 이하, 전용면적 60㎡ 이하)의 표준건축비는 ㎡당 101만9400원으로, 기본형건축비 187만9000원의 56.3%에 불과하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를 정할 때 적용되는 기준으로 매년 두 차례(3·9월) 조정되고 있지만, 표준건축비는 2016년 6월 5% 인상을 끝으로 6년째 가격이 그대로다. 2008년 도입 이후 13년간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는 각각 25.5%, 63.7% 상승했지만 표준건축비는 5% 오르는 데 그친 셈이다.
국토부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11월 표준건축비 인상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마쳤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표준건축비를 상향 조정하면 분양가와 임대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업계에서는 표준건축비가 원자재 가격·인건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청년원가주택이나 역세권 첫집 등 정부 주도 부동산 정책들이 시세 대비 낮은 표준건축비로 인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시 공공기여 임대주택을 되팔 때 기준이 되는 게 표준건축비인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민간에서도 불만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청년원가주택 등 국가 정책프로젝트에 기준으로 사용될텐데 지나치게 하향 평준화된다면 민간에서도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익성 악화로 인한 임대주택 품질 저하, 수선·하자 보수비용 부족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표준건축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사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건축비는 고정돼 있다 보니 원자재 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을 지을 때 일반주택은 100원짜리 원자재를 사용하고 임대주택은 50원짜리 원자재를 사용할 수는 없지 않나”면서 “표준건축비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평균적인 가격에 맞춰 원자재를 사용해 전반적인 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은 몇 십년 동안 재고관리를 해야 하는데 보전해줄 수 있는 비용이 충분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공급이 줄어들어 결국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