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의무화' 피하자...자사주 처분 나선 교육업체들

by김응태 기자
2025.12.04 13:51:24

아이스크림에듀, 자사주 33만주 처분 계획
대교, 오로라와 자사주 맞교환…225만주 처분
자사주 소각 의무화 회피 비판 확산
유통주식수 확대로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최근 국내 교육업체들이 자기주식(자사주) 처분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에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주요 기업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해 사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앞두고 미리 자사주를 처분해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육업체 아이스크림에듀(289010)는 오는 28일 6억 2247만원 규모의 자사주 33만 4842주를 처분할 예정이다. 자사주 처분은 장외 시장에서 최대주주인 시공테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사주 처분 시 아이스크림에듀의 유통가능 주식수는 1361만 414주에서 1394만 5256주로 늘어난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이번 자사주 처분을 바탕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최대주주에게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에듀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핵심 사업인 스마트러닝 콘텐츠 품질 고도화와 신규 서비스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최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주주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업체인 대교(019680)는 지난달 10일 45억 1300만원 규모의 자사주 225만 3120주를 처분했다. 완구업체인 오로라(039830)와 자사주를 교환하기 위해서다. 오로라도 자사주 20만주를 대교에 넘겼다.

대교는 향후 오로라와 협업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대교 관계자는 “양사는 자사주 교환을 통해 사업 노하우와 콘텐츠 자산을 활용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오로라와의 중장기적인 협력을 통해 캐릭터를 융합한 학습 교재 및 교구 개발과 공동 마케팅 및 신규 에듀테인먼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는 앞서 지난달 2일에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50억원 규모의 1회차 교환사채(EB)를 발행해 196만 15주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자사주는 교환청구권이 행사될 경우 실제 처분이 이뤄진다. 대교는 EB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자회사인 대교뉴이프 유상증자에 참여해 시니어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출처=금융감독원
교육업체들이 연이어 자사주 처분에 나서면서 시장에선 3차 상법개정안 통과 전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주요 법안에는 자사주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소각을 의무화하고,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주주들은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 행보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주환원 효과가 있는 자사주 소각과 달리 자사주를 처분하면 유통주식수가 늘어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처분 시 상장사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상장사들의 자사주와 관련한 공시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기 전 상장사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자사주를 미리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사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