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에 적극대응 나서나…과기부 "네이버 지원하겠다"

by한광범 기자
2024.04.29 21:37:55

외교부 이어 과기부까지 "동향주시…네이버와 협력"
보안사고 명목으로 사기업 지분매각 요구 전례없어
''네이버 글로벌 성공신화'' 라인 日 강탈 위기감 커져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보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네이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라인 지분 매각 압력에 대해 “필요시 지원하겠다”며 약속했다.

과기정통부는 29일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네이버와 협력해 왔다.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압박에 대한 정부 입장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27일 이와 관련해 ”이번 건과 관련해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겠다. 필요시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에 대한 압박은 지난달 초부터 ‘행정지도’라는 이름으로 본격화됐다. 관료주의가 강한 일본에선 기업이 정부의 행정지도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대표적 글로벌 성공 신화인 라인을 일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정부는 그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비판이 제기됐다. 뒤늦게 외교부에 이어 과기정통부까지 입장을 내놓으며, 정부 차원의 태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인은 네이버의 대표적 글로벌 성공신화다. 라인은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일본에서만 실사용자(MAU)가 9600만명에 달하고 대만·태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를 합하면 실사용자가 2억명을 넘는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모바일 메신저 불모지였던 일본에서 라인을 출시해 폭발적 성장을 이루며, 라인을 2016년 7월엔 뉴욕과 도쿄 증시에도 상장했고 동남아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네이버 자회사였던 라인은 2021년 3월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야후와의 통합을 통해 라인야후(한국어 표기 LY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A홀딩스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으로 보유하며 두 회사 모두 공동경영하는 형태다.

현재 일본 정부는 네이버 측에 지분 정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A홀딩스 주식을 한 주라도 소프트뱅크에 넘기는 순간 경영 주도권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되며 공동경영은 사실상 끝나게 된다. 일본 정부가 과도한 간섭을 하면서 공동경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016년 7월 뉴욕증권거래소에 걸린 라인 현수막. (사진=네이버 라인)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라인에서 약 52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의 과도한 네이버 의존을 문제 삼으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5일과 이달 16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를 냈다.

여기엔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 등을 포함해 지배구조 개선이 포함됐다. 관료주의가 강한 일본에선 기업이 행정지도를 거스르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명목 삼아 사기업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거나, 이를 두 차례나 사기업에 요구한 경우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나오자 동업자인 소프트뱅크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서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 다음 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삼아 협의를 서두르려 한다”고 밝혀, 구체적 시기까지 정해두고 매입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압박을 빌미 삼아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일부 넘겨받아 1대 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양측이 50%씩 지분을 가진 상황에서 소프트뱅크로서는 단 한 주 매입만으로 라인야후 독자경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소프트뱅크가 오 전부터 라인을 독자적으로 차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해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이 노골화하며 국내 기업을 일본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침묵을 사이 정치권이 먼저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출신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일본 정부가 적대국 기업에게나 적용할 법한 과도한 조치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일본 정부가 최근 라인 측에 지분매각 행정지도를 했다. 쉽게 말해 지분을 팔고 떠나라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을 탄압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