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산 꿰찬 비트코인, 지급결제 활용도 머지 않았다

by이정훈 기자
2020.11.19 16:14:10

코로나 팬데믹에 추락한 화폐가치…비트코인 반사익
기업도 운용사도 자산가치 주목…`닥터둠`까지도 인정
페이팔 프로젝트 덕에 지급결제 기능에도 `도전장`
중앙은행 발행 CBDC, 비트코인에 위기이자 기회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은 통화(currency)일까, 자산(asset)일까`

이는 한동안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제 이 논쟁은 대체로 일단락됐다. 비트코인이 아직까지 통화(화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자산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지난 2018년 1월 이후 근 3년 만에 다시 2000만원 선을 넘어선 비트코인의 화려한 부활 이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이후 쏟아지는 유동성이 기존 통화가치를 추락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비트코인은 가치가 떨어지는 법정화폐를 대체해 가치를 저장해둘 수 있는 자산으로서 인정받고 있고, 그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을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자산으로서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 총량이 제한돼 있다보니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금(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보유 현금을 줄이는 대신 비트코인 투자로 이를 대체하는 기업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지급결제업체인 스퀘어는 보유 현금 중 1%인 5000만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했고,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4억2500만달러 이상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잉여현금 수익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



대규모 자산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 가상자산에 특화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의 경우 현재 운용하는 자산규모만 해도 104억달러(원화 약 11조5860억원)에 이르고 있다. 올들어서만 무려 76% 늘어났다. 12조원에 가까운 돈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급기야 그동안 가장 강력하게 비트코인 가치를 부정해 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도 이 같은 비트코인의 변신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일으킨 미국 주택시장 버블 붕괴를 예견해 월가에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최근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아마 부분적으로는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얼마나 늘어나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쉽사리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발 더 나아가 비트코인은 부분적으로 화폐로서의 역할까지 넘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1억6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핀테크 공룡인 페이팔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사고 파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자회사인 벤모와 협력해 글로벌 자금이체와 송금서비스를 출시한 뒤 그 이후 2600만 가맹점 중 10% 정도를 상대로 비트코인을 통한 온라인 쇼핑 지급결제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변수는 중국 인민은행을 중심으로 각 국 중앙은행들이 준비 중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다. CBDC가 활성화하면서 비트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지만, CBDC와의 공존을 모색할 경우 비트코인 기능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