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천조, 네이버 45조, 카카오 24조..플랫폼 어찌해야 하나
by김현아 기자
2020.06.24 16:07:22
24일 인기협, ‘IT산업 新모멘텀 창출을 위한 간담회’
“네이버·카카오 더 커야 한다..중소 플랫폼 도와야”
"플랫폼이 구 산업 파괴시키는 것만은 아냐"
데이터청, 사회적 책임 언급도
네이버 출신 윤영찬, 테르텐 창업자 이영 의원 참석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어제(23일)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0)에서 자체 칩의 맥 탑재와 새로운 아이폰 UX(사용자 경험)를 발표한 애플은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이 1조6천억달러(1923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이 각각 45조원과 24조원에 달한다.
24일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IT산업 新모멘텀 창출을 위한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 전환이 IT기업들에 성장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디지털 경제의 원료인 데이터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대한 풀고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 전환의 핵심이 되고 있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환경을 고려해 규제를 없애야 한다(글로벌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쪽)과 △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고려해 대형 플랫폼이 내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는 의견으로 온도 차가 났다.
통신사의 콘텐츠 사업 진출, 공공배달앱에 대한 평가와 중소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우대 정책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록상품이 8억 개, 업체는 32만 개이고 쿠팡의 등록 상품은 3억개”라면서 “이들은 오프라인 기업들보다 저렴한 수수료(결제액의 1~4% 저가 수수료)로 디지털 경제를 이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은 제품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제품을 가진 기업은 플랫폼으로 오기 어려워 결국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경제 시대 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플랫폼 시장은 시가총액 1천조에서 2천조 기업들이 장악한다. 크다고 해서 네이버·카카오를 규제한다는데 글로벌 메이저 기업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부연했다.
유 교수는 망중립성과 관련해 “구글은 국내 망 사용 추정료가 4400억원이나 한 푼도 안 내고 2017년 기준 네이버는 734억원을 냈다. 구글코리아는 300명 정도 고용하지만 네이버·카카오는 8000명 이상 고용한다. 오히려 왓챠 등은 망중립성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다”고 언급하면서, 통신사와 공공배달앱을 비판했다.
그는 “통신사가 신사업으로 나온다는데 웨이브(지상파3사+SK텔레콤 합작사) 등 통신사들은 과거처럼 관료적으로 만들어 콘텐츠를 못한다”며 “군산배달앱이나 경기주식회사 처럼 공공배달앱을 하려는 쪽도 세금낭비”라고 비판했다.
유병준 교수가 생각하는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 활성화의 대안은 작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다. 그는 “네이버의 포털 점유율이 95%여서 심각하다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새로운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오도록 작은 기업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게 낫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 티비티 임정욱 대표는 “코로나19로 스타트업 투자가 크게 위축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언택트로 일하는 방식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으로 바뀌고 주거, 오락 습관도 변하고 바이오쪽에 큰 기회가 오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은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에게도 큰 기회가 되고 있다”며 “투자와 규제 완화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정”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임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이 기존 구산업을 파괴하고 위협한다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저희가 투자한 라이브 커머스 회사 ‘그립’은 가게 물건을 누구나 (쇼호스트가 되어) 라이브로 상품을 판매해 상인들을 돕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영 의원(미래통합당)은 “데이터 정책은 행안부, 과기부, 금융위, 개인정보위에서 파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가 중요성이 커지니 개보위를 격상했다. 그럼에도 정부 조직에서는 예산·인사권 조직이 없으면 다른 조직을 컨트롤 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청 설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데이터가 신경제를 창출할 수 있도록 ‘데이터 거래 표준안’ 정도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카카오를 만났더니 수출 비중이 제로라고 하더라. 대한민국의 GDP는 일정 부분 정해져 있어 결국 (디지털 경제 전환으로 인한)내수 파이에 변동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네이버·카카오 등)의 글로벌 기업 역차별을 막아야 하지만 국내 내수 시장 파괴도 막아야 한다”며 “국경 밖만이 아니라 국경 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벤처를 파괴하기도 하는데,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쩌면 똑같을지도 모른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플랫폼 기업과) 벤처들이 원팀이 돼 글로벌로 가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챙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데이터3법이 통과됐지만 가명정보 활용도 과학적인 연구 범위로 한정돼 산업적 연구까지 자연스럽게 전이되도록 후속 작업들이 이뤄져야 한다”며 “구글, 페이스북 등 경쟁자들은 개인정보를 굉장히 자유롭게 활용하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를 규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본다. (구글 등에) 국내 여건에 너희가 맞추라고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이는 비대칭 규제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이야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플랫폼 규제를 글로벌 수준으로 낮춰야 하지만 디지털경제 전환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어떻게 기여할 까 같은 거대한 사회적 아젠다에 대해서는 우리 IT 기업들이 이야기하는 걸 본적이 없다.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