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日수출규제 피해규모 식별조차 어려워..지원책 절실”
by김종호 기자
2019.08.26 17:43:18
산업연구원 등 ''한국 소재·부품산업 대응 세미나'' 개최
"하청업체, 대기업보다 위기 대응 취약..정책 집중해야"
"기술 혁신 초점을 중소기업으로 전환..경쟁력 키워야"
"기계·로봇 분야 규제 확대 시 제조업 전반 피해 확대"
| 이준 산업연구원(KIET) 소재산업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정부의 정책 지원 범위를 크게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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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대기업과 1·2차 하청 업체가 받을 영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졌지만 3차 하청 업체 이하의 중소기업 피해 규모 등은 식별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대응 체계를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이준 산업연구원(KIET) 소재산업실장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정부의 정책 지원 범위를 크게 넓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전략 물자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1차적으로 중간재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2차적으로는 중간재를 투입하는 최종 수요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소재와 부품, 장비 등 수출규제 영향을 받는 품목 특성과 대체 가능성 정도에 따라 피해 영향이 달라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파급 정도를 현재로서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언론 등이 대기업과 1, 2차 하청 업체 피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고 어느 정도 인지하는 상황이지만 3차 하청 업체 이하의 중소기업이 받을 피해에 대해서는 전망조차 못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현실적 피해를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KOSBI) 혁신성장연구본부장 역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부터 2차 하청 업체에 이르는 반도체 생태계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하청 기업의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파급 영향과 전염 효과 등에 대해 판단하기 더 어려운 수준”이라며 “특히 하청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최종 수요기업 영업이익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만큼 위기 대응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1.5%에 달했지만 8차 하청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5%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44.9%였지만 8차 하청 업체는 4.4% 수준에 불과했다. 원청 기업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는 하청 기업일수록 위기 대응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 소재·부품·장비·기계 중소기업이 전 세계 강소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이번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기술 혁신 지원에 대한 초점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실장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술 혁신 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해야만 소재와 부품, 장비 등 취약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기술 일변도의 지원정책에서 벗어나 세제와 금융, 통상, 판로, 규제 등 시장 성과에 초점을 맞춘 전 주기형 지원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장도 “소재·부품 등 산업은 원천기술에 기반한 산업으로 투자 회수기간이 길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분야”라면서 “개발 단계부터 수요처인 대기업이 참여하거나 생산한 제품을 수요 기업이 안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수요 기업 지향형 분업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가 이미 잘 알려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기계·로봇 분야에서도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실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이미 정부와 기업이 적절히 대응 중이고 통신장비 등에서는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기계·로봇 분야에서는 일본산 공작기계를 단기간 내 대체하기 불가능한 구조여서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다. 이는 국내 제조업 환경 전반에 대한 문제로 향후 일본이 이를 규제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대(對)일본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이면서 주요국(미국·독일·일본) 총 수출액 대비 일본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일본 수출규제 피해 위험품목’에 감속기와 서보모터, CNC 등 기계·로봇 품목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본부장도 “일부 기계 산업 부품은 독일산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기존 일본산 공작기계와의 호환성 문제가 있는 데다 유지와 보수 비용 증가, 숙련도 문제 등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수입 허가를 통해 대체품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국산 대체재 개발을 위한 생산 및 기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