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용 소형 핵탄두 개발 성공" 미국 정부 평가에 동북아 '발칵'(종합)

by안승찬 기자
2017.08.09 16:50:22

美 워싱턴포스트 국방부 기밀문서 단독 보도
"내년께 美타격 가능"…완전 핵보유국 전망도

/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김형욱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용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해 이미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 내부 평가보고서가 공개됐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ICBM급 핵미사일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며 이 신무기가 곧 동북아 균형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 7월28일(현지시간)자 내부 보고서에서 북한이 ICBM급 미사일 탑재를 위한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 해당 보고서 요약문과 함께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7월4일 북한의 첫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 발사 이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9일에도 두 번째 ICBM 발사 실험을 했으나 보고서 작성 시점 이후다.

WP가 요약본 형태로 공개한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완전한 핵보유국’을 위한 중대한 문턱을 넘은 것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려면 ICBM 기술 개발과 함께 핵탄두 소형화와 초고온을 견디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해결해야 했다. 북한과의 거리가 8000~1만1000㎞인 미 대륙까지 ICBM을 쏘려면 탄두 무게는 500㎏ 이내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미국은 북한이 지난달 발사 실험으로 ICBM 발사 기술력은 입증했지만 나머지 두 과제는 아직 미해결 과제라고 판단해 왔다. 보도대로라면 미 정보당국이 사실상 판단을 뒤바꾼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4일 ICBM 시험발사 직후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당국은 이를 인정치 않았다. 개발까지 수년은 걸리리라 봤다. WP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핵탄두를 성공리에 실험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개발한 것은 분명하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이 많은 전문가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앞선 지난달 북한이 핵탄두 60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과 758㎏과 플루토늄 54㎏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올 4월 북한이 지난해 말 기준 30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으며 2020년이면 60개로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북한 핵미사일은 이로써 동북아시아 안보의 명실상부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서 한 걸음 다가섰다. 아직 기술력이 확인되지 않은 재진입체 기술이 남아있지만 이 추세라면 내년께 미 서부 대도시를 공격할 수 있으리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CNN은 북 핵미사일은 이제 ‘보유 여부가 아니라 언제 완성하느냐가 문제’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 7월29일 동해상에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진 모습. 북한은 발사 하루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장면을 공개했다. AFP


전문가 대부분 북한이 이르면 내년께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미사일 전문가 마이클 엘먼 선임연구원은 이달 1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이면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북 핵미사일은 배치와 함께 동아시아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건 곧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같은 미국의 동아시아 내 동맹 구도를 직접 흔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북한이 한일 양국에 핵미사일 공격을 하면 반드시 미국이 복수할 것이란 믿음, 이른바 ‘핵 확장 억지력’(extended nuclear deterrence)이 있었다. 한미일 동맹 약화와 함께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리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와 있어 ICBM 기술 개발이 새로운 직접 위협은 아니다.

WP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레드라인’에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북한 ICBM에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위한 퍼즐의 절반을 풀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가장 어려운 한 과제를 풀긴 했지만 상용화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클 엘먼 IISS 선임연구원은 지난 1일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달 28일 2차 시험 발사한 ‘화성-14형’이 대기권 재진입(re-entry)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충분히 튼튼한 재진입체를 보유하려면 5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