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쇄신안] 계열사 독립 경영 깃발 올린 삼성..누가 이끌까

by양희동 기자
2017.02.28 15:41:55

삼성전자·물산·생명 등 3大 계열사 수장 부상
권오현 부회장·최치훈 사장·김창수 사장 주목
재무·법무·홍보·인사팀장 4명 전자 '심의회의'
미전실 역할 상당부분 이관해 수행 전망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28일부로 끝나면서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와 각 계열사 독립 경영을 큰 틀로 한 쇄신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창립 이후 79년 간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끌었던 ‘그룹’의 개념은 사실상 소멸하고 삼성전자(005930)·물산·생명 등 3대 핵심 계열사가 독립 경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전실 산하 7개 팀이 맡고 있던 주요 업무는 이들 핵심 계열사로 이관될 전망이다.

삼성의 독립 경영 강화로 권오현(65)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치훈(60) 삼성물산(028260) 건설 부문 사장, 김창수(62) 삼성생명(032830) 사장 등 3개 핵심계열사 CEO(최고경영자)는 각 분야별 계열사 사장단과 이사회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내에서는 1000만원 이상 모든 기부·후원·협찬금을 검토할 ‘심의회의’를 구성하는 재무·법무·커뮤니케이션·인사팀장(사장·부사장급) 등 4명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현재 삼성 계열사 전체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최지성 부회장이 미전실 해체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면 사실상 삼성의 2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권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부문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D램·낸드플래시 세계 1위를 이끌며 메모리시장을 제패했다. 올해 세계 메모리사장의 ‘슈퍼사이클’ 도래로 그의 역할은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그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는 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S 등 관련 계열사들은 총괄하며, 사장단 및 이사회 등과 회사 운영 등을 협의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인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도 이 부회장 시대를 맞아 주목받아온 사람이다. 최 사장은 멕시코와 미국 등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유학파로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이듬해 그만두고 ‘제너널 일렉트릭’(GE)에서 18년간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GE에서 잭 웰치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에너지글로벌 영업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삼성전자 고문으로 영입된 이후 10년간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문,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물산 등에서 4개 회사에서 사장을 지냈다. 삼성카드에서는 ‘숫자 카드’를 출시해 파란을 일으켰고 삼성물산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차기 부회장 승진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공업 부문 계열사와 삼성물산이 최대 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사장단과 경영 관련 사안을 논의·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치훈 사장은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서 롤 모델로 삼고 있는 GE에서 사장까지 지내는 등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갖고 있어 이 부회장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열사 맏형인 삼성생명을 이끌고 있는 김창수 사장도 얼마 전 연임에 성공하며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화재 대표이사도 역임한 경력이 있어 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총괄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삼성생명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회장이 물러났을 당시에도 이수빈 회장이 사장단협의체를 이끌며 그룹을 총괄했던 전례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수빈 회장은 오너를 제외하곤 삼성에서 유일하게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실무적인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김창수 사장에게 힘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서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 각 부문 대표이사들과 함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이상훈(62)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인용(60)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 김상균(59) 법무팀장(사장), 박용기(54) 인사팀장(부사장) 등 4명이 미전실 권한을 상당부분 넘겨받을 전망이다.

이들 4명은 삼성전자가 집행하는 1000만원 이상 모든 기부·후원·출연금을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심사하는 ‘심의회의’ 멤버로 모두가 미전실에서 팀장 및 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특히 이상훈 사장은 삼성전자 북미총괄 임원으로 일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하버드대 유학을 도왔고 미전실에선 전자 계열사를 조율하는 전략1팀장을 거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전자 계열사 간 사업 조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인 이인용 사장도 미전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을 거치는 등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이 부회장을 지난 18일 직접 면회하기도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그룹 단위로 이뤄지는 모든 업무와 예산 집행이 사라진다”며 “그룹의 절반 이상 비중을 가진 삼성전자가 이번에 새로 꾸린 심의회의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각 부문별 계열사 현황도. [삼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