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찾는다… 폴리텍 엑스포 '문전성시'

by정태선 기자
2016.11.02 17:00:24

150여명 채용 계획..첫 날에만 1만6000여명 찾아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에서 수중용접 시연을 하고 있다. 한국폴리텍 제공.
[일산=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이번 엑스포(EXPO)는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직업훈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포하고 국민들도 미래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진학과 취업을 앞둔 많은 분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직업을 체험하고 진로에 대한 확신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의 개회사와 함께 ‘한국폴리텍 엑스포’가 2일 오전 시작됐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이날부터 3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제4차 산업혁명, 우리가 만드는 대한민국 일자리’라는 주제로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23개 기업이 150여명을 채용한다. 반도체 생산업체 솔브레인에서는 생산 기술 분야 인력 5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학생들의 면접 열기도 뜨거웠다.

전국의 35개 캠퍼스, 145개 학과가 참여하는 이번 엑스포는 50여종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직업체험관, 졸업생들의 60개 우수 작품을 전시하는 졸업작품전시관, 20여 개의 우량기업이 실제 채용을 진행하는 채용관, 연령·직종·과정·지역별 상담이 이뤄지는 상담관 등 약 200여개의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엑스포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보고, 듣는 체험형 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체험 프로그램은 산업잠수사 체험과 수중용접 시연, 드론전문가나 바이오전문가 체험 등이다.

물 속에서 용접 불꽃을 튀기는 산업잠수과의 수중 용접 시연은 주변 관람객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관람객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시연을 본 후 바로 옆의 체험관에서 폴리텍 재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15㎏이나 되는 잠수 헬멧을 착용해 보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가르치는 빅데이터과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서울시내의 교통량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그래프화하는 작업이다. 이외에도 드론 조종을 해볼 수 있는 드론 전문가 체험과 미백크림을 만들어 보는 바이오 전문가 체험도 인기코스다.

폴리텍 엑스포에 학생들을 데려온 한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중·고등학생들은 기술 관련 직업에 대해 접해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엑스포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체험형 전시로 꾸며져 많은 학생들의 진로를 구체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오캠퍼스 바이오나노소재과에서 미백크림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폴리텍 제공.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과에서 수중용접 시연을 하고 있다. 한국폴리텍 제공.
졸업작품 전시관에는 학생들이 설계하고 제작한 60개의 졸업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캠퍼스 자동차과의 자작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김진백 학생 등 9명이 만든 이 자동차는 125cc 엔진을 이용해 전진 5단, 최고 50km/h의 속력을 낼 수 있도록 1인 승용으로 제작됐다.

올해 열렸던 전국 대학생 자작자동차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광주캠퍼스 금형디자인과 김성민 학생의 태양광 재활용 분리압축기는 100% 태양광 전력을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센서와 롤러압축방식을 이용해 PET와 캔을 93%까지 압축하고 분리, 축적해 쓰레기의 부피를 15~2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춘천캠퍼스 전기과 이선우 등 4명은 스마트 터널 조명제어 장치를 개발했다.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의 터널 조명을 자동으로 제어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폴리텍 출신 졸업생, 재학생의 경험을 나누는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기술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품질명장이 됐고 이제는 국회의원이 된 김규환 새누리당 의원이 기술과 땀의 가치에 대해 젊은 세대와 소통했다.

또 세계 4대 보석디자인 대회를 석권한 홍성민 주얼리 디자이너가 업계에서 드문 남성으로서 보석에 대해 배우며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XTM의 인기 프로그램 더벙커에서 정비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차윤식씨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던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나와 자동차 정비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집을 나가라고 했던 부모님과 기능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 힘들었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손톱에 낀 기름때도 부끄럽던 때가 있지만 지금은 기술을 통해 사업에 성공하고 방송에서도 인정받으며 예전 일들은 한낱 추억이 됐다”고 전했다.

첫 날에만 1만 6000여명이 다녀간 이번 행사는 사전에 등록한 200명 중 4명 중 1명이 대졸 이상 고학력자다. 취업난에 폴리텍 재입학을 원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사전 등록을 통해 EXPO에 방문한 한 대학생은 “인문계 전공자로서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 폴리텍에 입학할 생각”이라며 “내가 원하는 학과에서 간단한 체험도 해보고 상담까지 받아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폴리텍은 전국 35개 캠퍼스, 전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8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베이비부머와 경력단절여성 상담관,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하이테크과정 상담관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