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재무완충력 확보…"韓 기업 신용등급 안 떨어진다"

by박미경 기자
2023.04.18 23:29:29

무디스 "한국 섹터 23곳 中 17곳 등급전망 안정적"
중국 제로 코로나 끝나도 국내 기업 파급 효과 제한적
“국내 기업, 불안정한 자금 조달 상황 대처할 수 있어”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현재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많은 회사들이 지난 몇 년간 외부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재무 완충 장치(financial buffers)를 구축했다는 이유에서다.

18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개월 동안 23곳의 한국 섹터 중 17곳이 안정적인 전망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등급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산업 펀더멘털의 추가적인 악화와 원화의 가파른 강세를 꼽았다.

(자료=무디스)
션 황(Sean Hwang) 무디스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배터리 생산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들의) 부채 증가 규모가 미미할 것”이라며 “또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전례 없는 실적 하락을 겪고 있으나, 삼성전자의 막대한 현금 축적과 낮은 레버리지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종료될 경우 자국 내 소비 활성화가 이어지지만, 한국 기업들에 대한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션 황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활성화는) 운송량과 산업 활동 증가를 이끌어 정유와 화학 부문의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 부동산 섹터의 불확실성 때문에 철강 부문은 그 혜택을 덜 받을 전망이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상황이 세계적인 생산 능력 증가를 이끌어 중국 리오프닝 혜택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와 다양한 자금 조달 경로를 통해 불안정한 자금 조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이자 비용 증가는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더 높은 금리로 재융자(리파이낸싱)하기 때문에 영업 현금 흐름을 잠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개별 기업에 대해서 션 황 연구원은 “수익성과 제품 경쟁력 향상을 반영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의 ‘부정적’ 전망은 올해 실적 부진이 부채 증가를 이끄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계속되는 대규모 부채 자본 지출과 배터리 사업과 관련된 실행 리스크에 따라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