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지소미아 사태 번지나…日에만 강력 대응 예고
by하지나 기자
2020.03.06 17:16:54
靑 "日,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상호주의적' 언급
'안보에는 안보' 이어 '방역에는 방역' 대응 논리 펼치나
세계 절반 韓제한 불구 日에만 강경…'800여명 격리' 中과도 차별
日 방역능력 평가도 오락가락‥어설픈 논리로 빌미 제공할 수도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하던 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취한 우리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 조치에 대해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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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김정현 기자] 일본의 한국발 입국제한 강화 조치에 우리 정부가 상호주의에 입각한 상응 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히며 초강수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일본의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조치를 언급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2의 지소미아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정부는 일본의 입국 제한 강화 조치에 이례적으로 강력 반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세계 10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청와대까지 나서서 대책을 논의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외교부에서는 강경화 장관이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직접 초치하기도 했다. 당초 외교부는 조세영 1차관이 일본대사를 초치하기로 공지했다가 이를 변경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일본 대응 조치는 여행경보 격상, 코로나19오염지역 확대, 무비자 입국 중단, 일본발 외국인에 대한 격리 조치 등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상호주의’를 언급한 만큼 일본 정부가 내린 조치에 맞대응하는 성격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일부터는 한국인에 적용하고 있는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이미 발급한 단수·복수 사증 효력도 정지하기로 했다. 이어 한국을 방문 후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간 지정 장소에 대기토록 하고, 항공 여객편 도착 공항 역시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상응조치와 관련해 “일본은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조치로 국제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방역 시스템을 문제삼아 관련 조치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지난해 8월 우리 정부가 안보적 신뢰 문제를 들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맞대응 성격으로 지소미아 중단을 발표했던 것과 유사한 대응 논리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논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현재 세계 절반 가량에 이르는 국가들이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내렸지만 우리 정부가 상응 조치를 검토한 사례는 없었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과도한 조치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비우호적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 역시 우리 정부에 비해 과도하게 조치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내 18개 시·성에서 800여명이 넘는 우리 국민이 격리되어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우한을 비롯 후베이성 인근 지역 방문객에 대해서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있고 중국 전역에 대해서는 특별입국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치이며, 지방정부와 협의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정부의 강력 대응 기저에는 한일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가 이번 문제를 두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와 수출 규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한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데다, 자칫 빈약한 논리를 앞세워 이번 사태에 맞설 경우 일본에 또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설명은 벌써부터 오락가락이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에 대한 ‘상호주의적 조치’에 대해 “베트남·호주와 일본은 다르다”며 “일본은 방역이라든지 코로나19 상태라든지 한국과 비교가 되고 있는 국가다. 그런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이나 호주 등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나라들과 달리 일본에 대해서만 ‘상호주의적’ 조치가 거론되고 있는 이유를 기자들이 묻자 일본의 방역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방역시스템과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들이 입국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방역 능력을 갖춘 일본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방역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판단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대로라면, 호주나 싱가포르처럼 방역 및 의료선진국이 내린 조치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했어야 했다. 또한 향후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결정을 할 경우 우리 정부가 상응 조치를 내릴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로 남게 된다.
특히 일본에 대해 같은 조치로 맞대응할 경우 우리 정부가 ‘비과학적 조치’라고 일본을 비난했던 것과 상충될 우려도 있다. 이날 청와대는 심지어 일본에 대해 ‘불투명한 방역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방역 능력에 대한 평가 역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