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국가유산청장 "AI 시대, 유산청 역할 새로 정립할 것"
by장병호 기자
2025.07.17 14:06:53
''공룡박사''로 알려진 지질학자, 17일 취임
"국가유산 보존, 주민 불편 없는지 살필 것"
디지털 관리체계 구축·AI 기반 기록화 추진
''금강산'' 세계유산에 "남북교류 계기 삼아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허민(64) 국가유산청 신임 청장이 “‘AI(인공지능)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전환점 앞에서 국가유산청의 역할 또한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취임 포부를 밝혔다.
 |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이 17일 대전 정부대전청사 국가유산청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취임사를 말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
|
허 청장은 17일 대전 정부대전청사 국가유산청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청장으로 공식 임무를 시작했다.
허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가유산은 결코 단순한 문화재가 아니다. 역사이고, 정신이고, 우리 국민의 정체성이다”라며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국가유산을 온전히 지키고 관리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로서 우리의 국가유산은 안전한지, 국가유산 주변에 사는 주민은 불편함을 겪고 있지 않은지, 불합리한 제도나 오래된 규정이 국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지 않은지 물어야 한다”며 “국가유산은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함께 나누고 미래로 전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AI 시대에 국가유산청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디지털 기반의 유산 관리체계 수립 △스마트 도슨트, 가상현실, AI 기반 기록화 추진 △기술과 감성의 균형으로 세계인을 감동시킬 ‘K-헤리티지’와 ‘K-컬처’ 구축 등을 제시했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북한의 ‘금강산’에 대해선 “그동안 중단된 남북교류의 물꼬를 문화와 역사유산의 공유를 통해 다시 물이 흐르도록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실도 함께 언급하며 “이들의 가치를 수준 높게 보전하고 세계화하는데 열정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년에는 부산에서 전 세계인 3000여 명을 모시고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 부산시와 함께 부족함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바로 닥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행사, 광복 80주년 행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경주회의 준비에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국가유산청 직원들에게 “여러분은 단순한 공직자가 아니다. AI 시대의 국가유산 전사이자, 국가 정체성을 지켜내는 역사적 사명자이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만들고,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 취임식이 17일 대전 정부대전청사 국가유산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허 청장(왼쪽에서 8번째)과 국가유산청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청) |
|
허 청장은 전남대 자연과학대학 지질학과 이학사, 서울대 대학원 지질과학과 이학석사, 고려대 대학원 지질학과 이학박사, 영국 웨일즈대 박사후연구과정 등을 거친 지질학 전문가다. 공룡 ‘코레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의 이름을 처음 붙이고,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과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의 자문을 맡는 등 ‘공룡박사’로 대중에 잘 알려졌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전문위원, 전남대 부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공동대표, 영국지질학회 명예회원을 맡고 있다. 고생물학을 포함한 지질유산 분야 전문가가 국가유산 정책 총괄 수장이 된 것은 허 신임 청장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