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승분 대폭 반납…중화권 증시도 폭락 ‘블랙 먼데이’

by이명철 기자
2025.04.07 17:44:48

미국발 관세 전쟁, 중국 보복 조치에 투자심리 위축
홍콩 증시, 1월 23일 이후 최저치…기술주 줄줄이 ↓
중국 국영회사 긴급 조치 “정부 정책 지원” 기대감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여파로 중화권 증시가 대폭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발 전세계 관세 전쟁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특히 중국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된 영향이다. 올해 랠리를 이어왔던 기술주 등 주요 종목들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그래프=게티이미지뱅크)


7일 엠피닥터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본토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전거래일대비 각각 7.34%, 10.79% 떨어진 3096.58, 1777.37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본토 증시 대표 랜드마크 지수인 CSI300지수도 같은기간 7.05% 내린 3589.44로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거래일보다 9.70% 내린 1만9232,35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증시 낙폭은 더 크다. 항셍종합지수(1만9710.26)와 H지수(7216.42)는 전거래일대비 각각 13.74%, 14.30% 떨어졌다.

홍콩 증시 주요 종목별로 보면 중국 가전·전기차 기업인 샤오미가 20.59%나 떨어진 것을 비롯해 알리바바(-17.98%), 넷이즈(-17.91%), 리오토(-17.85%), 중국국제반도체(-16.32%), BYD(-15.90%), 텐센트(-12.54%) 등 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주요 무역 대상국에 기본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화권 증시는 청명절 연휴(4~6일)로 지난 3일 이후 나흘만에 장이 열렸다.



중국이 4일 미국산 제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복 조치를 발표하고 주말 사이 경제무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날 증시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증시는 그간 기술주 성장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날 급락으로 다시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항셍지수와 H지수는 모두 올해 1월 23일(1만9700.56, 7164.2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올해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한 것이다.

이날 중국 증시 낙폭이 커지자 중국 당국의 대응책도 나왔다. 국영 투자회사인 중앙휘진은 “중국 자본시장 발전 전망에 대해 확고한 낙관을 갖고 있고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을 다시 늘렸다”며 “자본시장의 원활한 운영을 단호하게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보유량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은 일반적으로 미국 국내 산업 최종 사용자의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겠지만 업계 경쟁 패턴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제조업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중국 기업 협상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아직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추가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회복력과 중국 정부의 정책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은하증권의 양 차오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시장을 교란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장기로 A주(중국 주식) 시장 추세는 펀더멘털(기초 체력) 회복에 달렸고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정책은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