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사법부 수장 공백’…새 대법원장 후보는
by박정수 기자
2023.10.16 18:18:29
대법원장 공석 장기화에 변협, 후보자 5명 공개 추천
오석준·이종석·조희대 등…전·현직 대법관에 헌재재판관
이광만·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후보자에 올려
“국회 인사 검증 무난히 통과할 인물로 지명해야”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으로 사법부 수장 공석 상황이 지난달 25일부터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민주당이 당론으로 부결한 지도 열흘이 넘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부터 퇴임하는 대법관 후임 제청까지 현안이 많아 비상이 걸렸다. 결국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대법원장 공개 추천에 나섰다.
| 오석준 대법관(당시 후보자)이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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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변협은 사법평가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오석준 대법관(사법연수원 19기), 이광만 서울고법 부장판사(16기), 이종석 헌법재판관(15기), 조희대 전 대법관(13기),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18기) 등 5명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대법관과 달리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변협 회장 등의 후보 추천 효력이 없다. 그러나 변협을 비롯한 재야 단체들은 상징적 의미로 1999년부터 대법원장 인선을 앞두고 후보군을 공개 추천해 왔다. 다만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17대 대법원장 후보 지명을 앞두고는 변협이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에 변협은 대법원장을 공개 추천키로 했다. 변협 관계자는 “법조의 한축으로서 정치와 여러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 사법을 신속히 정상화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법원장 적임자를 추천하고자 한다”며 “대법원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할 확고한 의지가 있고, 풍부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행정능력을 갖춘 청렴·결백한 인물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전국의 각 지방변호사회에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을 요청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서 덕망 있는 인사를 추천받았고, 지난 13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를 개최해 후보자를 검토했다.
변협 관계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해당 후보자들을 선정한 대한변협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 추천 후보자 중에서 적임자를 골라 국회에 제청하고, 동의권자인 국회 역시 최단기간 내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종석 헌법재판관(당시 후보자)이 지난 2018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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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신고 누락’ 의혹이 이균용 후보자의 결정적 결점으로 작용한 만큼 이번에는 국회 인사 검증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오석준 대법관과 이종석 헌법재판관, 조희대 전 대법관 등 전현직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이 차기 후보자로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인 오 대법관의 경우 작년 8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적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연기되긴 했지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20명, 반대 51명, 기권 5명으로 인준안이 통과됐다.
오 대법관은 법원 내에서 재판 실무와 법원행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급 법원에서 32년간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해 법리에 해박하고 재판 실무에 능통하며, 두 차례의 대법원 공보관 업무를 맡아 소통능력이 탁월하다는 등 법원행정에 밝다고도 알려졌다. 2010년 서울행정법원 근무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종석 재판관은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30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후 2018년 헌법재판관에 취임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을 받았으나 국회 본회의 선출안 표결에서 찬성 201표, 반대 33표, 기권 4표를 받아 여야 간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았다. 특히 이 재판관은 차기 헌재 소장으로도 유력하게 떠오른 상황이다. 이 재판관은 2014년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의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해 이목을 끈 바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4년 대법관으로 임명된 조 전 대법관도 거론된다. 조 전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도 재판 업무에만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고, 2020년 퇴임 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라 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밖에 변협으로부터 대법관 후보 추천을 받은 이력이 있는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번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홍 판사는 1992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30여 년간 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10여 년간 재판연구원, 법관 등을 대상으로 한 ‘판례공보 스터디’를 운영해오며 법원의 재판역량 강화에도 기여해왔다.
이광만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후보 물망에 올랐다. 이 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부산지방법원장,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현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재임 중이다. 법리 해석을 치밀하게 하는 판사로 법원 내 정평이 나있으며, 겸손한 성품으로 후배 법관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조계 안팎으로 신망이 두텁거나 국회 인사 검증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명해 사법부 수장 공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