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상상이 현실로’…스페이스 투자에 뭉칫돈 몰린다

by김성훈 기자
2022.07.21 18:23:27

우주산업 투자 인색한 분위기 급반전
누리호+KF21 연이은 성공이 '모멘텀'
글로벌 우주 기업에 국내 투자자 베팅
국내 우주기업 투자 늘어날지도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저거 돈이나 되겠어? 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우주산업(스페이스)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래 기다려야 투자 성과가 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수익 추구 측면에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자본시장에서 우주산업 투자는 선호 대상이 아니었다. 투자 규모를 꾸준히 키워오던 외국과 달리 국내 시각은 더 인색했다. ‘수익률은커녕 제때 투자금이나 거둬들일 수 있긴 하느냐’는 비판적인 태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주산업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발사체(누리호)와 전투기(KF21) 성공 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투자 시각도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11일 글로벌스페이스 투자조합에 1억달러(1300억원)를 투자하는 안건 결의를 알리면서 우주산업 투자를 공식화했다. 해외 유력 투자자들에만 주어졌던 스페이스X 에쿼티(지분) 투자 기회를 국내 금융사 최초로 따낸 것이다.

미래에셋이 스페이스X 투자에 성공한 배경에는 오랜 시간 쌓아올린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최근 우주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진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우주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며 “이런 가운데 인지도가 높고 확실한 투자처를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NH투자증권(005940), 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위성발사체를 제조하는 미국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에 5000만달러(약 585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위성발사체를 제조하는 미국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가 개발한 ‘테란 R’과(오른쪽)과 ‘테란 1’ 로켓. (사진=렐러티비티 스페이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2015년 설립해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지만, 자본시장에서 점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만 42억달러(4조68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와 블랙록, 헤지펀드 소로반 캐피털 등으로부터 6억5000만달러(7200억원) 투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 통신망, 우주 관광 등 관련 포트폴리오(투자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발판 삼아 국내 우주산업 관련 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39조원이지만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3조261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1% 수준에 그쳤다.

투자 규모는 더 적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553개 우주 기업에 총 1998억(261조3983억원) 달러가 투자됐는데 국내 투자 규모는 4억 달러로 0.2% 수준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규모나 인식 측면에서 아직은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라고 봐야 한다”며 “변동성이 낮은 딜소싱(투자처 물색)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우주산업 투자 검토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