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혁신' SK, 수펙스협의회 인력 최대 30% 줄인다

by최선 기자
2016.12.21 16:47:57

수펙스위원장 7인중 5인 1960년대생
겸직 최대화·수펙스협의회 인력 20~30%↓..효율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는 장면.
[이데일리 최선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은 회사가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상황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두 달 전 자신이 뱉은 말을 증명하듯 과감한 인사를 실시했다. 그는 “관행을 깨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패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그룹 전반의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등 외부적 변수가 이번 인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무색하게 최 회장은 지난 4년 가운데(경영복귀 2년차 돌입) 최대규모의 임원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SK(034730)그룹의 이번 임원인사는 △젊음 △효율 △성장 등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먼저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인 ‘SUPEX(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과 관계사 CEO들을 50대 젊은 인사로 교체했다. 또 관계사 간 CEO 겸직을 늘리고 수펙스협의회 구성원을 소수정예화하는 등 효율적인 조직으로의 변모를 예고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모든 관계사가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몰입하는 공격적인 경영에도 나설 전망이다.

SK그룹이 21일 실시한 임원인사를 보면 그룹을 구성하는 임원진들이 젊어졌다. 기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구성하던 김창근 의장 등 60대 멤버들은 2선으로 한 발 물러섰다. 향후 수펙스협의회를 이끌 이들은 조대식(56) 의장을 필두로 김준(55) 에너지·화학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53) 커뮤니케이션위원장(SK텔레콤 사장), 서진우(55) 인재육성위원장(SK플래닛 사장), 유정준(54) 글로벌성장위원장(SK E&S 사장) 등 총 7명 중 5명이 1960년대생으로 포진했다. 기존 수펙스협의회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1950년대생이었던 점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인사 결과다. 수펙스협의회 위원장들의 평균 연령은 60세에서 56세로 떨어졌다.

SK 관계자는 “그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덕망과 경륜이 있는 그룹내 연장자들이 운영해 왔지만 이번 인사에서 50대 젊은 임원들로 대거 교체됐다. 더 스피드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SK그룹은 관계사 CEO에도 젊은 인재들을 대거 중용했다. 유임을 제외하고 CEO 교체가 이뤄진 11개 관계사의 경우 평균연령이 기존 56.4세에서 53.6세로 약 3세 줄었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정철길(62) 부회장, SK네트웍스에서는 문종훈(57) 사장 등 1950년대생이 용퇴하면서 각각 김준(55) 사장, 박상규(52) 사장이 CEO로 선임됐다. SK건설에서도 조기행(57)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안재현(50) 신임 대표가 임명됐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는 최대한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SK그룹의 의지가 엿보인다. 김준 사장은 SK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대표를 겸임하고, 장동현 사장은 SK㈜ 홀딩스와 SK㈜ C&C의 통합 CEO로 보임됐다. SK그룹 측은 “텔레콤과 이노베이션 CEO들이 각각 수펙스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에너지위원회를 겸임하고 홀딩스 사장이 사업부문 C&C 사장을 겸임하는 등 그룹의 의사결정 주체의 수는 줄고 힘은 막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방대해진 수펙스협의회 조직도 기존의 20~30%를 축소시켜 소수정예화 하겠다는 것도 SK그룹의 복안이다. 현재 150명 안팎의 인원으로 이뤄진 수펙스협의회에 대한 손질이 이뤄지면 110명 안팎으로 조직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그룹 차원으로 대대적인 사업 효율화에 나서는 가운데 비사업조직인 수펙스위원회를 필요최소한으로 줄여 내실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계열사별 약점과 강점을 숨기지 않고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문제에 직면한 회사의 경영해법이 나올 수 있다”며 “기업간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지금이 전쟁 상태라면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딥체인지를 주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인사에서 통폐합되며 사라진 수펙스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도 다시 부활했다. 지난 인사 당시 전략위원회는 에너지·화학위원회, ICT위원회로 기능을 분화했었다.

특히 전임 의장인 김창근 의장이 인재육성위원장을 겸직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인사에서는 조대식 신임 의장이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한다. 전보다 더욱 공격적인 사업 발굴에 나설 수 있도록 전략위원회에 힘을 싣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조 의장은 △신성장동력 발굴 △자산효율화 △일하는 방식 변화 등 최 회장이 주문한 과제들을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일종의 감사 총괄 조직인 윤리위원회는 의장 직속으로 흡수되면서 별도의 위원회는 두지 않게 됐다.